“생각했던 것 보다 꽤 흔들리네…”
낙타 등에 앉은 한 할머니가 뿔테 선글라스를 끼고 꽃무늬 분홍색 블라우스 입은 왼팔을 높이 들어 보이며 활짝 웃는 모습이 다른 헤드라인을 제치고 눈에 확 들어왔다. 일리노이의 남쪽에 위치한 졸리엣시의 한 양로원에서 암 투병 중에 있는 83세의 에블린 할머니는 평소에도 거동이 어려워 휠체어를 사용하는데, 낙타를 한번 타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자선단체의 주선으로 그 ‘꿈’이 이루어졌다는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에서 할머니는 낙타 등에서 그렇게 활짝 웃고 있었다. 낙타를 탄 소감을 말해 달라고 하는 기자들한테 할머니는 말했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꽤 흔들리더라’고.
영화를 즐겨보는 그 할머니는 옛날부터 영화에서 가끔 낙타 타는 장면을 볼 때마다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이 기상천외한 꿈 덕분에 그 양로원에 거주하는 다른 노인들도 한동안 들떠 있었다고 한다. 낙타 이벤트를 두 주일 앞두고는 양로원 직원들의 도움으로 다른 노인들도 인터넷으로 낙타에 관한 검색을 해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보며 그 날을 함께 기다렸고, 그 날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모두 밖에 나와 에블린 할머니가 낙타 타는 모습을 구경하며 응원했다고 한다. 아마 그 양로원의 노인들은 그 후에도 한동안 그 장면을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다림은 설렘을 동반하고, 또 설렘은 가슴 저 깊은 곳 어딘가에 한 조각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정호승 시인은 ‘또 기다리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라고.
우리에게 ‘낙타 타기’는 무엇일까? 기다림과 설렘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우리만의 ‘낙타 타기’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60을 바라보는 한 선배의 남편에게 그것은 요리인 것 같다. 대부분의 한국 남성처럼 밥 한번 지어본 일이 없는 분이 뒤늦게 요리를 배워 그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색다른 요리 조리법을 구해 집에서 저녁식사 당번을 자처하는가 하면, 색다른 요리를 지인들에게 맛보이게 하기 위해 출장 요리사 노릇도 한다. 자료까지 손수 준비해 가서 방문한 집의 부엌에서 직접 요리를 해 손님이 오히려 집주인에게 즉석요리를 대접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자영업으로 매장 두 곳을 뛰면서도 그렇게 자신만의 ‘낙타 타기’를 만들어 즐기고 있다.
역시 60을 바라보는, 자영업을 하는 다른 선배에게 그것은 그림 그리기이다.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모임에서 한 화가를 알게 되고, 친구의 권유로 재미 삼아 그 화가에게 그림지도를 몇 번 받게 되었는데,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그린 유화가 한 점에서 두 점으로 늘어나고, 이제는 주위에서 작은 전시회를 하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자신이 그린 그림이 모였다.
최근 이사 후 짐 정리가 안돼 집안이 엉망이고, 회사 일도 밀려 경황이 없던 와중에도 그림 레슨만큼은 거를 수가 없었다며 환히 웃던 선배의 모습이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우리도 우리만의 ‘낙타 타기’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하겠다. 그 날이 그 날 같지 않은 삶을 위해서.
이영옥 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