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환율의 변화에 따라 한인사회는 ‘서울 부자, LA 거지’ 혹은 ‘서울 거지, LA 부자’ 현상을 경험하곤 했다.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이후 일본과 한국은 무역흑자와 재정흑자에 돈이 넘쳐나는 나라로 인식된 반면, 미국은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는 나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1달러 당 엔화가 76엔에 거래되었고 더 나아가 50엔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때 LA 다운타운에 있는 주요 빌딩들은 속속 일본인들의 손에 넘어 갔으며, 현재 LA 한인타운의 근간이 되고 있는 올림픽과 윌셔가의 큰 건물들이 한국에서 넘어온 강한 원화에 속속 팔려 나갔다. 당시 유행하였던 말이 ‘서울 부자, LA 거지’였다.
지난 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출범하자 골드만 삭스 공동회장이었던 로버트 루빈이 재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강한 달러 정책을 추진하였다. 달러화를 강세로 전환함으로써 해외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기 위해 떠돌던 부동자금, 즉 핫머니를 미국으로 유입하여 침체에 빠진 국내 경기를 부양해서 일자리 창출, 국민소비·지출의 증가, 그리고 정부 세수의 안정적인 확보를 통하여 재정적자를 극복하겠다는 안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너무나 성공해서 지난 97년 말에는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외환위기라 불린 IMF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때 유행하였던 말이 ‘서울 거지, LA 부자’였다.
최근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 99년 7월 유통된 유로 달러화가 지난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 1달러당 미화 1.30달러에 장중 거래됨으로써 유로화의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화의 초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원화, 엔화도 달러화에 대하여 1,065원, 104.2엔 대에 각각 거래됨으로써 달러 가치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달러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직접적인 이유로는 우선 지난 10일 상무부가 올 9월까지 무역적자가 4,445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한 내용을 들 수 있다. 또 지난 17일 재무장관인 존 스노가 런던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화의 약세 속도를 조절하기 위하여 유럽측과 협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경험상 시장외적인 가치를 환율에 강요할 경우 아무 소용이 없거나 변동성만 키울 뿐이라고 답변함으로써 외환시장의 불개입 원칙과 달러화의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달러화의 약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부터 서서히 나타났는데, 주목하여야 할 사실은 대통령 재선 이후 환율 하락이 가속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집권 1기 때 외교·군사적 일방주의를 펼친 부시 행정부가 집권 2기에는 현재 신음하고 있는 국내 경제문제에 보다 더 치중하면서 ‘미국이 하면, 한다’는 식의 달러화 약세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분석·예측되고 있다.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하여 볼 때 한국의 원화 가치 상승은 기정사실이다. 향후 3년간 지속적인 환율 하락이 예상된다. 환율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큰 이익과 큰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개인에 필요한 맞춤형 환율 전략을 수립할 때라고 본다.
박노형/CHK 글로벌 증권 부사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