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 중 혹시 ‘본-어게인 크리스찬’이 있는가. 한, 두 사람이 눈치를 보다가 손을 들었다. 그것도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양. 질문이 바뀐다. 그러면 아는 사람 중 동성애자가 있는가. 거의 다가 손을 들었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동부지역의 블루 스테이트, 그러니까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케리 지지가 압도적이었던 지역의 언론종사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고 한다. 결과는 그리고 그렇게 나왔다는 거다.
진보파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동시에 통렬한 비꼼이 들어있다.
미국인 중 거듭난 기독교인은 40%에 이른다. 동성애자는 5% 정도. 엘리트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은 그런데 이 5% 밖에 안 되는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면서 기독교인에 대해서는 어쩌면 그리 무지할 수 있느냐는 것.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블루 스테이트의 한 TV종사자가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레드 스테이트를 방문했다. 도대체 어떤 인종들이 살고 있는가 하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다.
그는 레드 스테이트 주민들이 교회에 열심히 나간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로서는 한가지 엄청난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그래서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그들은 심지어 수요일 저녁에도 교회를 간다.”
화성인과 금성인이라고 하던가. 같은 미국인인데 블루 스테이트와 레드 스테이트 주민의 가치관이 이토록 서로 달라서 나온 말이다.
그 가치관 전쟁이 이번 대선 이었다고 한다. 결과는 레드 스테이트의 승리다. 동성애자 결혼권리를 묻는 발의 안이 모두 부결됐기 때문이다.
가치관 전쟁은 미국의 국내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 문제는 테러전쟁과도 직결될 수도 있다. 찰스 콜슨의 주장이다.
테러전쟁은 어찌 보면 성(性)과 관련된 문명충돌일 수도 있다. 서방, 특히 미국의 성적 방종, 퇴폐, 타락에 대해 회교 정통파들은 혐오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미국에서 뉴스가 전해진다. 남자끼리, 여자끼리 결혼을 하는 뉴스다.
TV를 통해 전해지는 이런 모습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지하드의 열의만 새삼 다지게 될 것이다. 콜슨이 바라보고 있는 가치관 전쟁이다. 테러전쟁을 맞아 미국의 도덕적 재무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가치관 전쟁이 2006년에도 재연된다고 한다. 12개 주 이상에서 동성애자의 결혼 권리를 묻는 발의 안이 부쳐질 예정이라는 것. 왠지 벌써부터 지겨워진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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