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월. 그러니까 3년이 채 못된다. 무엇을 말하나. 미국 장관의 평균 재임기간이다. 수상 격인 국무장관의 평균 수명은 38개월이다. 농무장관은 수명이 가장 길어 44개월이다.
미 의회가 지난 50년간 역대 행정부 각료 재임기간을 토대로 발표한 수치로, 미국의 장관은 대통령 임기 초반에 임명돼 대체로 대통령과 함께 간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2기 연임을 하면 장관의 수명도 길어질 수가 있다. 8년을 하는 수도 있는 것이다. 클린턴과 함께 일했던 장관은 2기를 통틀어 27명이었다. 그중 4명이 8년 동안 장관에 재직했다.
클린턴 시절 장관의 재임기간은 평균 48개월로 나와 있다. 레이건 시절의 38개월보다 더 길다. 클린턴 내각은 그만큼 안정적인 내각이었다는 말이다.
2기를 맞는 부시 내각에 대대적 물갈이가 예상된다. 15명의 각료 중 10명이 이미 사의를 표명했거나 곧 물러날 계획이기 때문이다.
닉슨 이후 기록이라고 한다. 닉슨은 재선이 확정되자 다음날 아침 전 각료와 보좌관들에게 일괄사표를 낼 것을 요청했다. 면모를 일신해 새로운 각오로 일을 한다는 취지. 그러나 실패작이었다. 사기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부시는 그러면 닉슨의 전철을 밟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사표를 종용한 케이스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정책의 목적은 확고히 짜여 있어 대대적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2기 내각은 흔들림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무, 법무, 재무 등 하여튼 주요 포스트 장관이 모두 갈리는 대대적인 개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럼스펠드가 유임됐다는 점이다 그만큼 걸핏하면 경질설이 나돈 장관이 없어서다. .
첫 경질설은 국방장관에 취임하자마자 나왔다. 고위 장성들과 불협화음이 들리면서다. 이라크 전쟁 초기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또 이라크 군 포로학대 스캔들이 터졌을 때에도 경질설이 나돌았다.
그런 그가 결국은 유임으로 낙착됐다. 왜 유임됐나. 해석이 구구하다. 그러나 한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전쟁 중에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이유다.
다른 말로 하면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 수행, 즉 테러전쟁 방식에는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올해 72세로, 한 때 아버지 부시와 대권을 넘나보며 당내 경쟁관계에 있었던 럼스펠드다. 이 마지막 냉전시대의 노 전사는 미 사상 최고령 국방장관으로서 과연 어떤 기록을 세우고 물러나게 될까.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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