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신보수 강경파들이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을 장악하게 된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월 초 LA를 방문했을 때, 북한의 핵 개발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며 일리 있는 면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북핵에 관한 한, 한국은 때로는 충돌하는 적어도 두 가지의 안보 목표를 갖고 있다. 하나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강경책이 유발할지도 모르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상황을 막는 것이다. 한민족에 재앙을 가져올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부시 행정부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은 온당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평화적 해결을 넘어서 핵 개발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처럼 들린다. 문제는 북한이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불협화음을 이용하여 핵 개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이란의 경우에서와 같은 핵 포기와 사찰을 북한으로부터 얻어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의 핵 개발은 자기 방어로서 일리 있는 측면이 있는가?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는 미국에 대해서는 자기방어용일지 모르나 한국에 대해서는 공격용으로 쓰일 수 있다.
또 북한이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 후, 핵무기의 공격 억제력으로 인해 한국의 국익이 치명적으로 손상되는 경우에도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면, 그 핵은 공격용으로 이용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 핵무기의 포기가 한국 안보의 한 목표인 만큼, 핵 개발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어차피 미국의 비위에 거슬리는 강경 발언을 할 바에는 차라리,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합의할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결과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한다면 이는 미국에게 치명적 손상일 뿐 아니라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양자가 합의에 이르지 않는다면 한국도 핵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하면, 미국이나 북한이 한국을 우습게 보지 않고 양쪽 다 뜨끔하여 합의를 서두르지 않을까?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의 동기이다. 지금껏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원망 내지 보복으로서의 강경 발언으로 볼 수도 있고, 혹시라도 가능한 한반도의 전쟁 상황이 절대 불가하다는 예방적 강경 발언의 성격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친북 성향 발언에는 부시 행정부의 협상에 대한 미온적 태도, 일방적 성향도 명백히 책임이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지금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더욱 압박할 타이밍이다. 부시가 재선된 현실, 좋든 싫든 미국 국민의 의지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현실을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타이밍이다. 위의 노 대통령의 발언의 타이밍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의 준비를 막 끝내고 실행의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이다.
실리적인 외교를 하자. 모로 가든 가로 가든 목표에 도달하면 된다. 향후 4년 동안 부시 대통령과 그의 외교 안보팀을 안주 삼아 세월이 빨리 가기만을 재촉할 때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공평한 조정자가 되어 북한과 타협할 수 있고 부시 행정부와도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싫어도 부시 행정부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북한과도 마찬가지이며 미국과의 공통 분모를 찾아 효과적으로 중재해 주었을 때 합의는 이루어질 것이다.
유 철
USC 한국 프로젝트 연구원·정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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