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긴다. 돈에 쫓긴다. 세밑을 맞는 서민의 고달픈 삶이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연말이다. 세밑이 어느 날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가만 있자. 며칠이 남았나. 이 해가 가기 전에 만나 뵈어야 할 분이 한 두 분이 아닌데. 돈 쓸 일은 여기저기 산적해 있고…. 또 허둥지둥 쫓긴다. 그러다가 한 해가 또 훌쩍 가버 린다.
후회가 밀려온다. 조금만 시간이 있었더라면,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제대로 베풀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에서다.
‘당신에게 100만달러가 생긴다면’-. 이런 여론조사가 수년 전에 있었다. 예기치 않게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겠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 대답이 인종그룹마다 다르게 나왔다. 어떤 사회·경제적 환경에 있는지, 또 저마다의 문화적 가치관에 따라 돈을 보는 시각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겠다. 백인들이 보인 돈과 관련된 최우선 순위다. 히스패닉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쓰겠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부모를 호강시켜 드리겠다. 아시아계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이다.
없는 이웃과 나눠 쓰겠다는 응답은 흑인계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없는 사람, 못 가진 자의 아픔을 흑인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또 함께 아파한다는 이야기다.
지원봉사를 위한 각종 기부금을 내놓고 있는 미국 가정은 전체의 89%다. 돈과 관련된 또 다른 조사 결과다. 그 액수는 대체로 가구 수입의 3%선이라고 한다.
미국 내 최대 자선기금 모금 단체인 유나이티드에 기부된 돈의 70%가 이처럼 미국의 각 가정이 낸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그러니까, 기업체 등 돈 많은 기관이 낸 돈은 전체의 30%란 이야기다.
무엇을 말하나. 필요한 사람에게 재물을 흘려보낸다는 것. 그건 반드시 생활에 여유가 있는 가진 자만이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나눔의 문화는 아주 작은 것을 기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다. 그리고 그 문화는 가정에서부터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돈 앞에 선다. 돈은 아무도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누구든지 자기의 삶과 가치관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돈 앞에 서야만 한다.
그 돈의 가치관이 잘 나타나는 시즌이 세밑이 아닐까. 나눔의 계절이 바로 세밑이고 크리스마스 시즌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나저나 나는 얼마나 나눔의 문화에 기여했나. 부끄러움만 앞선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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