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위테이커(57)는 미국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이다’가 아니다). 2002년 크리스마스 날 그가 3억 1,4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사상 최대 복권에 당첨되자 언론들은 ‘산타클로스는 있다’며 이를 대서 특필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그 사이 집과 사무실, 자동차는 수없이 털렸고 스트립클럽에서 약물을 복용 당한 후 50만 달러가 든 가방을 도둑맞았다. 나이트클럽과 경마장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며 두 번이나 음주 운전으로 체포돼 알콜 중독자 치료 프로그램에 등록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최근에는 자기 집에서 손녀딸의 남자 친구가 마약을 과다 복용하다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를 신고한 사람은 이 남자 친구의 친구들로 그의 집을 털러 들어온 3인조 절도범들이었다. 17살 난 손녀는 집을 나가 행방이 묘연하다 20일 시체로 발견됐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그의 부인은 “복권을 찢어버리지 못한 게 한스럽다”며 울부짖고 있다.
위테이커는 복권 당첨에 목을 건 실업자도 생활이 난잡한 불량배도 아니었다. 비즈니스를 해 복권이 맞기 전에도 상당한 재산이 있었으며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성실한 인물이었다. 세금을 공제하고 일시불로 1억1,300만 달러를 받은 후에는 그는 700만 달러를 세 교회에 나눠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지켰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대주는 재단을 설립하는가 하면 아이들의 놀이기구와 학용품을 사는데 돈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2,000만 달러를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그가 어떻게 전과자와 알콜 중독자로 전락했을까. 그를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위테이커는 복권에 당첨된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수많은 기부금 요청에 시달렸으며 온 가족이 이로 인해 고통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손을 벌리자 대인 기피증이 생겼으며 혼자서 나이트클럽과 도박장, 경마장을 전전하며 술과 도박에 빠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위테이커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복권에 당첨된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일이다.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들은 일단 당첨이 되면 이 사실을 숨기고 집 주소와 전화 번호를 바꾸며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주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마디로 도망자로서의 삶을 새로 시작하라는 것 이다.
복권 같은 횡재가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돈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한다.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은 뭔가 못나 보이고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섭섭하고 주위 사람들은 다 자기 돈을 노리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 등등.
한인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즈니스가 안 돼 형편이 어려운 가정도 깨지는 경우가 잦지만 사업이 너무 잘 돼 소득이 급속히 늘어난 고객 가운데도 이혼 사례가 많다고 한다. 배우자도 새 경제 수준에 맞는 ‘트로피 아내’로 바꾸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LA 한인 사회에서 사업에 성공한 후 아내를 버리고 자식들과도 등을 돌린 채 젊고 매력적인 여성과 결혼해 사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나는 가난한 적도 있었고 부자였던 적도 있었다. 부자인 편이 낫다”는 한 여배우의 말처럼 같은 값이면 형편이 넉넉한 것이 좋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비싼 집과 고급 차가 주는 기쁨은 덧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부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타락시키고 진정으로 중요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잊게 한다.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실현하는데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돈 버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적인 것처럼 착각케 하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위테이커를 기억하면서 떼돈으로 인생을 망치지 않게 해 준 행운의 여신에 감사하는 세모가 되자.
민 경 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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