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성화를 보면 각 성인들은 그를 상징하는 물건들과 함께 그려져 있다. 사실주의가 도입되기 훨씬 이전인 중세 그림에서 얼굴 모습은 모두 비슷비슷해서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하다. 상징물이나 특징적인 행동, 유명한 일화가 그림 속의 주인공을 밝혀준다.
이들 성인 그림 중 깨어진 포도주 잔을 들고 있는 성인이 있다면 그가 바로 베네딕토 성인이다. 베네딕토 수도회의 시조인 성 베네딕토이다.
19일 새 교황으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베네딕토’라는 이름을 선택, 베네딕토 16세가 되었다. 초대 교황 베드로를 시작으로 이번이 265대 교황인데 베네딕토는 그중 인기 있는 교황 명칭 중 하나이다.
가장 인기 있던 이름은 요한 - 23명의 교황이 요한이었다. 다음이 16명의 교황이 선택한 그레고리오, 그 다음이 15명이 선택한 베네딕토. 이번 교황이 베네딕토 16세가 됨으로써 그레고리오와 베네딕토는 공동 2위의 인기 있는 이름이 되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왜 ‘베네딕토’라는 이름을 선택했을까. 요한 바오로 2세 생존시 측근 중의 측근이었던 라칭거 추기경은 곧잘 ‘요한 바오로 3세’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고 한다. 전 교황과 분신처럼 긴밀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요한 바오로’대신 ‘베네딕토’를 선택한 것을 보면 베네딕토 성인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 때문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베네딕토 성인은 480년 중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명문가에서 자라나 인문 교육을 받기 위해 로마로 갔지만 당시 도덕적으로 극히 타락한 로마에 실망하고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수비야코라는 깊은 산속 동굴에 들어가 3년간 수도생활을 하면서 덕망 있는 구도자가 되었다.
‘포도주 잔’사건은 그 즈음의 일. 인근 수도원의 원장이 사망하자 수사들이 그를 찾아와 원장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베네딕토 성인은 그들의 간청에 못 이겨 마지못해 수락을 했는데 막상 가보니 수도원이 엉망이었다.
규율이 문란하고 도덕적 퇴폐가 만연돼 있었다. 그래서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며 수도원을 바로 잡으려 하자 수사들이 반발했고, 결국에는 그를 살해하려 점심식사 포도주에 독약을 탔다. 베네딕토 성인은 늘 하던 대로 마시기 전 포도주 잔에 십자가 표시를 했고, 그러자 잔은 돌에 맞은 것처럼 깨어져 버렸다.
베네딕토 성인은 이후 몬테 카시노에 수도원을 세워 노동과 기도, 학문을 축으로 하는 수도원 공동체생활의 기초를 만들었다. 그가 저술한 ‘수도 규칙서’는 이후 서구 수도원 생활의 초석이 되었고, 성 베네딕토는 ‘수도회의 시조’로 불린다.
타협보다는 원칙, 절제와 금욕을 강조한 베네딕토 성인의 가르침이 베네딕토 16세가 이끄는 가톨릭 신앙의 기조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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