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눈길 정면응시 회피
미 법정에서는 되레 손해
한국적인 겸손이 때때로 미국 법정에서 불리할 때가 있다. 눈맞춤에 대한 얘기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늘 눈을 맑게 뜨라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깨끗한 마음에 맑은 눈이 있다는 말씀이셨다. 또 눈을 통해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눈맞춤으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는다. 송창식이 부른 노래에도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도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연인’이라는 귀절이 있다. 연인끼리는 마주치는 감미로운 눈빛으로 서로의 애정을 알 수 있다. 애정을 듬뿍 담은 눈빛을 교환할 때 굳이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더라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바로 애정임을 느끼게 된다.
상대편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비록 연애할 때만의 눈빛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는 윗사람과 마주 앉았을 때 본인의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자꾸 상대방의 눈을 직시하면 싸가지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최소한 필자가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을 때는 어른과 대좌했을 때는 상대방 어른 눈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괜히 상대편의 말을 경청한다는 의미에서 윗사람과 똑바로 눈을 마주치면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그래, 건방지게!” 라는 불호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윗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는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되도록 눈을 아래로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미덕이 미국 법정에서는 종종 오해의 소지를 일으킨다. 법정에 가면 우선 죄가 있건 없건 판사 앞에선 사람이 주눅들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사가 근엄해 보이고 그의 태도에서 위압감을 느끼며 또 잘 보이려는 마음을 갖는다.
혹시 판사와 눈을 잘못 마주치기라도 하면 점수가 깎일까봐 눈길을 피하고 눈을 아래로 내리기 마련이다. 아니면 판사의 눈을 보지 않고 옆쪽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나 이러 태도는 미국 법정에서는 금물이다. 판사의 눈을 피해 아래로 눈을 뜨고 답변을 하게되면 판사는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그가 사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 눈을 잘 맞출 때 판사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인상을 줄 확률이 높다. 필자는 따라서 재판 준비를 할 때 고객에게 판사가 질문을 하면 판사를 마주보고 성의껏 대답하라고 조언한다.
(310)312-3113
방일영
<변호사·M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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