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한국에서 사업하고 있을 때 자주 방한한 외국인 친구 K가 있었다. K는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다”며 “남북이 모두 ‘김’씨가 대통령이 되면 같은 조상이라 싸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남북이 같은 민족인데 왜 싸우는지에 대한 의문만 있을 뿐, 공산주의 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이념적 차이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월남하기 전 이북에서 경험한 공산화 과정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6 25 전쟁의 시종과 경험을 설명했다.
며칠 전 신문에서 평통자문위원 모집 광고를 보고 상기한 K씨와 오늘의 386 세대를 비교해 상상해본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온 세상이 우물 안의 넓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지도 못하고 경험도 없으니 말이다. 6.25를 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세대만으로 평화 통일을 자문한다니 위의 K씨가 한국 사정을 모를 때와 같지 않을까?
광고에 평통위원을 모집하는데, 자천하라고 했다. 50세 이상은 안 된다고 했다. 누구의 발상인지 모르나 기가 막힌다. 이러한 연령 제한은 헌법에 규정이 있는지 알아볼 일이다.
6.25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만으로 통일 문제를 논한다면 어떠한 말들이 나올까. 오직 불타는 정의감, 좌경이론이 있을 뿐, 통일 문제에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종전의 평통은 통일문제에 대해 얼마나 공헌했는가? ‘감투 좋아하는 본국 지향 인사들의 모임’정도가 재미 동포들의 견해가 아닌가. 그러니 과연 평통은, 종래의 것이나 새로 조직될 것이나 필요불가결한 것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나 후자나 그 근본 취지(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정부의 공식 기관으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한다)와 상관없다고 보며, 폐지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백보를 양보하여 꼭 있어야 한다면 공산주의 이론의 표면과 이면을 꿰뚫고, 독일의 통일 감각과 우리의 현실 감정을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즉, 독일은 전쟁을 하지 않고 통일했으나, 우리는 6.25 전쟁으로 파괴와 이산이라는 감정의 응어리가 상존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감투욕이 없고 국가관이 뚜렷한 각계각층 대표로 연령제한 없이 수십명 정도로 압축하면 어떨까. 청와대나 구경하고 대통령 만나는 것이 그들의 임무가 아닌 그러한 평통위원 말이다.
대니엘 안/하와이언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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