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바오로와 베드로라는 두 아들이 있다. 미국 온지 얼마 안되어 유치원생 작은아들 베드로는 미사 집전하는 신부님이 아주 멋있어 보였는지 신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다. 또 훗날 치과병원을 다녀와서는 치과기구를 만지는 치과의사가 보기 좋았던지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다.
그후 두 아들이 영어를 좀 알아듣게 되어서 미국 천주교 사립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거기에서 2학년 때 큰아들 바오로는 첫 영성체 교육을 받고 와서 눈물을 글썽이며 예수님의 처절한 고통을 온 가슴으로 너무나 아파했다.
그 이듬해 작은아들 베드로도 첫 영성체 교육을 받았는데 아주 고통스런 얼굴로 고난받으신 예수님이 불쌍해서 못 견디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베드로, 너 신부 될 거야?” 라고 물으니 아이는 “하느님이 부르시면. 신부가 되면 나는 배고픈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음식을 갖다주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베드로는 하느님을 기다렸다. 고교 1학년 때는 “엄마, 하느님이 나를 부르시지 않아”라고 해서 “네가 지금 어리니까 하느님이 부르시지 않는다”고 달랬고, 고 3때는 “하느님은 절대로 날 부르시지 않아. 이 세상에 하느님은 없어. 이제부터 절대로 성당에 안갈 거야”라고 고함을 질렀었다.
그리고 어느 날 “베드로, 오늘 엄마가 기도를 했는데 하느님께서 반드시 베드로를 부르신다고 하셨다”라고 했더니 아이 얼굴이 갑자기 확 밝아졌고 평화스런 모습이 되었다.
베드로는 알고 있었다. 신부님과 수녀님은 최고 영광스러운 분, 즉 하느님을 자신의 배우자로 맞이한다는 것을. 그러니까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은 이 세상 어느 누가 아무리 훌륭하고 지위가 높은 신랑신부를 맞아도 흔들림이 없고 끄떡없는 것이다.
몇 해 전 나와 동향인 한국 신부님이 당뇨병으로 너무나 수척하셔서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은 사제생활이 힘들다며 자식들을 사제로 키우려고 하지 않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신자들이 내 가족만 챙길 것이 아니라 자기 신부님들의 건강을 챙기고 아껴 드리면 사제생활은 참으로 행복하며 평화스럽고 즐거운 삶이 될 것이다.
서충임/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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