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천연가스 산업 전면 국유화와 원주민 정치참여 확대 요구로 촉발된 볼리비아 반(反) 정부 시위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의 사임 발표로 정국 운영을 책임진 의회는 사임 발표후 이틀이 지난 8일에도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농민, 노조, 학생 등 수만 명이 계속 가두시위를 벌이자 수도 라파스에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현재 의회 지도부는 헌법상 수도로 라파스에서 320㎞나 떨어진 수크레시(市)로 옮겨 일단 메사 대통령의 사직서 제출 수용 여부를 논의한다는 일정만 잡아 놓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볼리비아 에너지 개발에 진출한 영국석유(BP) 및 스페인 회사 렙솔이 운영하는 유전지대 7곳을 강제 점거하며 에너지 산업의 전면 국유화를 요구하며 시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원주민들의 요구 수위가 천연가스 문제 외에도 그 동안 소외된 자신들의 권익옹호와 정치참여 확대를 보장할 개헌을 해야 한다는 정치적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원주민들은 조기에 대선을 실시해 완전히 새 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헌법 규정대로 대통령직 승계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원주민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게릴라 출신 지도자 펠리페 키스페는 이날 내전을 벌일 것을 촉구하고 나서 정국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강경파 시위세력을 주도하고 있는 키스페는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전쟁이 있어야 한다면서 전쟁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우리는 누가 이 나라를 운영하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페루 소재 라디오 방송 RPP 노티시아스가 전했다.
아이마라 족 인디오 지도자인 그는 또 우리는 백인과 원주민들 사이의 인종 투쟁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때가 왔다. 우리가 정치권력을 취할 시간이다. 이 칩입자들이 우리 영토를 떠나도록 해야 한다며 볼리비아내 부유한 백인 계층과 외국계 에너지 기업을 직접 겨냥했다.
외국계 소속 유전지대 점거도 인디오 시위대가 주도했다고 외국계 기업 관계자들이 전했다.
키스페의 `내전 촉구’ 발언은 메사 대통령이 내전 사태로의 확대를 경고한 뒤 나온 것이다. 메사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에서 볼리비아가 내전 상태 일보직전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모두를 잡아 먹는 폭력 사태를 피하자면서 조기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대적으로 온건주의자인 코카 재배 농민단체 대표 출신 에보 모랄레스 사회주의운동당(MAS) 총재는 케추아 족 인디오들에게 의원들이 수크레에서 회의를 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민 최초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한 모랄레스 총재는 수크레로 이어지는 도로의 봉쇄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히고 주변의 `전투적 광부’들이 수크레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그도 조기 대선 실시를 주장해왔다.
향후 정국 일정과 관련해 메사 대통령은 대통령직 승계 1순위인 오르만도 바카 디에스 상원의장과 승계 2순위인 마리오 코시오 하원의장이 즉각 사임해 조기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카 디에스 의장은 부유한 백인지역 거주지인 동부 산타 크루스 출신이다.
이와 관련, 원주민들의 반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대법원장이 과도 정부 수반을 맡아 선거 일정을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 하나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의회가 메사 대통령의 사직서 제출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3년 10월 역시 에너지 문제로 촉발된 민중봉기로 당시 곤살로 산체스 대통령이 강제축출되자 부통령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메사 대통령의 임기는 2007년 8월까지다.
kim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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