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사각, 아삭 아삭. 아 참, 맛있네요. 어떻게 샐러리로 장아찌를 만드실 생각을 다 하셨을까? 각종 맛갈스러운 김치를 비롯하여 부침개, 진한 양념의 조림등 그분의 음식은 깊은 맛이 있었다. 그날도 계속되는 나의 찬사에 “응 쉬워, 간장만 끓여 부으면 돼”하셨던 그 말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하루는 그 장아찌를 담가보리라 결정하고 싱싱한 샐러리와 탱탱한 양파를 양껏 준비해 놓고 간장을 끓이기 시작했다. 새콤달콤한, 그 상큼한 맛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 간장에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 오르길 시작했는데 뭐라 표현하기 힘든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간장 끓이는 냄새가 그토록 지독한 줄은 몰랐다. 얼른 불을 끄고 잠시 생각했다. 한국 사람 하나 없는 이 아파트에 이 냄새가 퍼져 나간다면? 다시 산더미처럼 다듬어 놓은 채소들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 낮이었고 3분이면 끓을 것 같아 속전 속결로 만들기는 했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래지 않아 위층에 살던 미국 사람이 이사를 갔다.
미국 사람들은 향기를 좋아한다. 수많은 이름과 브랜드의 향수 외에도 달콤한 과일 향, 매혹적인 꽃향기, 신비한 허브 향, 셀 수없는 종류의 향들이 비누, 샴푸, 향기 스프레이, 양초 등에 함유되어 심지어 살균용 락스를 살 때조차 어떤 향을 살지 망설이게 할 때가 있다. 맛있는 딸기 향의 지우개를 뜯어먹던 초등학생은 아니지만 나도 실제로 이런 인공합성의 향기가 익숙해져 좋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미국에서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냄새를 조심하느라 이젠 국 하나 끓이는 것도 쉽지 않아 그런지 가끔은 옛날 해질 무렵 동네 골목에 들어서면 집집마다 모락모락 풍겨 나오던 각종 음식 냄새가 생각난다. 어느 집의 식사 메뉴를 알 수 있을 정도의 낯익은 그 냄새들을 맡으며 집으로 가고 있으면 애피타이저가 필요없을 만큼의 식욕이 감돌던 그 골목으로 달려가 냄새라도 마음껏 맡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맛있는 향기를.
정미진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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