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훈련시켰어요”
기초체력 기른후 벙커등 난코스 집중훈련
이제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때
“주연이는 원래 승부 근성이 강했고 배짱이 좋았어요. 또래의 소녀 골퍼에게 볼 수 없는 뚝심이 있었지요”
지난달 26일 US 여자오픈에서 18번 벙커샷을 그대로 홀컵에 꽂아 버디를 잡으면서 극적으로 챔피언으로 등극한 김주연(미국명 버디) 선수를 3년간(서문여중 2학년-서문여고 2학년) 가르쳤던 박윤숙(아로마 골프 아카데미 대표)씨의 회고다.
10여년 전 한국에서 공중파 골프 중계방송 해설자겸 티칭프로로 활약했던 박씨는 MBC 김주태 스포츠 기자에게 당시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던 김주연 선수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제자를 선택하기 전에 심사 기준이 엄격했던 박씨는 당시 기본기는 형편없었지만 위기에서 떨지 않고 또래에 비해 매우 침착했던 김주연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다.
박씨는 김 선수의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것에서부터 지도를 시작했다. 2마일 정도 산을 거꾸로 뛰게 하고 게처럼 옆으로 뛰게 해 튼튼한 골프 근육을 만드는 일부터 주력했다. 또한 벙커에 공이 들어가도 겁이 나지않게 하루종일 모래 벙커에서 공을 필드로 올리는 집중훈련을 실시하고 풀속에 공을 넣고 치게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의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비오고 눈오고 바람부는 날등 궂은 날씨에 일부러 훈련을 더 시키고 맑은 날씨에는 사격 등으로 집중력을 길러주고 샤핑을 하게 하는 등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이때 김주연과 함께 배운 선수들이 현재 LPGA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희원, 김미현, 장정, 이정연, 황선영, 박소영 선수 등이다. US 여자오픈에서 모건 프레셀과 공동선두로 마지막 홀을 맞은 김주연이 두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으나 벙커에서 쳐낸 세번째 샷을 홀에 집어넣은 환상적인 버디로 우승한 것도 이때의 강훈련이 열매를 맺은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박씨는 김주연 선수가 고등학교 1학년 재학당시 미국, 멕시코 전지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도움을 주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도랄 주니어 챔피언십(4등 입상)에도 참가하게 하는 등 주니어 골퍼로서 국제적인 감각을 익히게 했다.
박씨는 평상시에는 김주연 선수에게 따뜻하고 자상하게 대했지만 훈련만큼은 아주 혹독하게 시켰다고 한다. 박씨를 유난히 믿고 따랐던 김주연은 생일이면 어김없이 스승에게 술, 담배를 줄이라는 충고를 담은 사은의 카드를 써서 보내고 생일케익을 마련하는 등 사제지간의 돈독한 정을 이어갔다. 박씨는 “주연의 하체가 길고 팔도 긴데다 살찌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골프치기에는 이상적인 체형을 갖고 있어 언젠가는 큰 일을 낼 줄 알았지만 설마 US오픈에서 그것도 벙커에서의 극적인 버디샷으로 우승컵을 안을 줄은 예상을 못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주연의 우승 버디샷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운이 따른 것도 사실이지만 그동안 미국에 건너와 손목 부상으로 고생하고 LPGA에 간신히 진출한 것 등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30일 HSBC 여자 월드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김주연 선수가 1회전에 탈락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는 박씨는 “US 오픈에서 우승한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부터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골프에 열중해야 이번에 연출한 ‘인생 드라마’의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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