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철·영란씨 부부가 흐뭇한 표정으로 둘째 정민이와 함께 큰 딸 한나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아이들 보면 기쁨이 절로”
고아원 통해 3남매 입양한 김기철씨 부부
김기철·영란씨 부부는 막내아들 성근이가 집에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해 방주원에 살고 있는 여섯살난 장난꾸러기 성근이를 처음 만난 게 2003년 겨울이니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결혼 15년만에 얻은 첫딸 한나와 둘째 정민이를 미국에 데려올 때도 고생은 했지만 이번에는 절차가 더 까다로운 것 같다. 다행이 2주전 보건복지부에서 최종 승인 서류를 보내와 이제 비자를 받는 일만 남았다.
세리토스에 살고 있는 이들은 딸 둘을 입양하고, 현재 막내아들 입양 수속을 밟고 있는 입양부모다. 김씨 부부의 자녀들은 모두 6세 이후에 고아원을 통해 입양한 ‘연장아 입양’ 케이스로 입양가족 중에서도 특이한 경우다.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은 생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뒤 입양기관에서 보호중인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영아입양’을 선호한다.
반면 부모의 행방을 모르거나 부양능력이 없는 부모의 위탁으로 고아원에서 생활중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연장자 입양’은 입양기관과 한국정부에서 꺼린다. 아이를 낳은 부모가 나중에 친권을 주장하면 문제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 때 미국에 건너와 대기업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중인 기철씨는 “아는 분이 소개해준 방주원에서 만난 6세 한나가 너무 예뻐서 주저없이 입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인 영란씨와 한나가 방주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정민이를 데려오자고 해 또 연장아 입양을 하게 됐다. 정민이를 데려오는 건 더 힘들었다. 정민이는 생부가 한살때 키워달라고 맡긴 위탁아동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 한번도 정민이를 찾지 않았지만, 법적으로 생부의 동의 없이는 입양을 할 수 없었다. 부부는 생부를 찾아가 1년 동안 설득을 해 친권포기서를 받은 뒤에야 입양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들었지만 막내 성근이도 연장아 입양으로 결정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기철씨는 “연장기관에 맡겨진 영아들은 대부분 양부모를 만나지만,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족의 사랑을 못 느낀 채 성인이 되면 사회로 내 몰린다”며 연장아 입양 이유를 설명했다.
나이가 든 아이 입양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부터 자신이 입양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가족애를 느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영란씨는 “처음 한나가 집에 왔을 때 여섯살 짜리 아이답지 않게 엄마 아빠에게 너무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서로를 사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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