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한인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 마라톤 클럽의 권이주 회장은 마라톤에 거의 미치다시피 한 마라톤 매니악이다. 금년 12월에 환갑을 맞는 그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5년도 채 안 되지만 46번이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를 했고 환갑 때까지는 50회 완주를 달성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많이 뛸 때는 1주일에 110마일을 뛴다고 하니 마라톤 코스를 4번이나 완주하는 셈이다. 마라톤에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거리이다.
그러나 권 회장은 원래부터 마라토너가 아니었다. 운동과는 담 쌓았던 사람이다. 학교 체육시간과 군대 생활을 할 때 뛴 것 이외에는 100미터도 뛰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1996년 당뇨병에 걸린 후 당뇨를 극복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뇨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좋다는 것을 알게되자 그는 의사의 처방으로 먹던 약을 내버리고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맨손체조와 뛰기를 했는데 뛰다 보니 거리가 점점 늘어나 2마일이 되고 3마일이 되었다. 계속 뛰다 보면 마라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5년 전부터 마라톤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플러싱에서 더글라스톤을 한 바퀴 돌아오는 13마일 코스를 25번이나 뛴 후 2005년 5월 롱아일랜드 마라톤 대회에 처음 출전했는데 절반을 뛰고 체력이 달려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그는 마라톤을 체계적으로 훈련해야겠다는 것을 느껴 한국과 미국의 마라톤 잡지와 전문서적을 읽으면서 마라톤 훈련을 다시 시작하여 7주만에 감격적으로 마라톤 전 코스를 완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 해 9월 용커스 마라톤에서 4시간 41분, 10월 아틀란틱시티 대회에서 4시간 16분, 12월 필라델피아 대회에서 3시간 50분으로 완주기록을 단축해 갔다. 그 다음해 코닝대회에서는 3시간35분8초를 기록하여 보스턴 대회의 출전권을 따내 금년까지 보스턴 대회에만 4번이나 뛰었다.
권 회장이 이렇게 마라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도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보통 새벽 3시부터 마라톤 훈련을 했는데 대학에 다니던 딸이 자동차로 함께 따르고 물을 운반해다 주는 등 돌보아 주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이렇게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되더니 모두 마라토너가 되었다. 부인은 권 회장을 따라 조금씩 뛰다가 작년 뉴욕마라톤에서 완주를 했고 샌디에고, LA, 오타와 마라톤 등 모두 7번 완주하여 내년도 보스턴 마라톤의 출전권까지 따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과 딸도 완주 경력을 가지고 있어 일가족 4명이 모두 마라톤 풀 코스를 뛴 마라톤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권 회장 가족은 마라톤 스케줄에 따라 동부와 서부 등 미국 각지를 함께 여행하며 마라톤을 뛰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렇게 마라톤을 뛰면서 마라톤을 하는 한인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함께 마라톤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대회 때 함께 참가하기도 했다. 때로는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등 우의를 쌓아갔다. 그러던 중 2003년 11월 필라델피아 대회 때 이들은 클럽을 만들어 많은 한인들에게 마라톤을 보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단체를 만들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2004년 2월 3일 10명이 모여서 만든 것이 한인 마라톤클럽이다.
마라톤 동료들이 그에게 회장을 맡으라고 했는데 그는 유명 마라토너가 아닌지라 회장을 하기
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마라톤 경력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2004년 2월 15일 센트럴 팍에서 열린 메트로폴리탄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도전했다. 장
장 50마일을 8시간39분에 완주한 이 대회에서는 동료들이 함께 뛰면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한인 마라톤 클럽은 매주 일요일 새벽 4시부터 8시 30분까지 센트럴 팍에 모여 훈련을 한다.
현재 클럽 회원은 100여명이며 마라톤 완주자만 35명인데 일요일 훈련에는 보통 30~40명이 참
가한다. 노란색 티셔츠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는 한인 마라톤 클럽은 이제 센트럴 팍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한인 마라톤 클럽은 작년 필라델피아 마라톤에 50여명이 합동으로 참가했고 지난 3월에는 뉴저
지의 케이프 메이에서 열린 오션 드라이브 마라톤에도 50여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의 출전 선
수는 400여명이었는데 한인 선수가 10%를 넘어 주최측은 한인 마라톤 클럽에 참가 기념패를
주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롱아일랜드 마라톤에 참가, 권 회장은 나이 그룹에서 1등, 부인은 나
이 그룹에서 2등을 했다. 한인 마라톤 클럽 회원들은 마라톤 대회에 나갈 때마다 결승라인 100
미터 앞에서부터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뛰어 대회장의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경기도 양주 출신인 권 회장은 한국에서 성대 행정과를 졸업한 후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가 1985년 칠레로 이민했다. 3년 후인 1988년 초청이민으로 뉴욕에 온 그는 의류 소매상을 시
작했다. 지금도 브롱스에서 의류상을 하고 있는 그는 당뇨병을 고치겠다는 일념으로 금쪽같은
시간을 내서 마라톤을 했다는데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라
고 말한다.
그는 마라톤을 통해 당뇨병을 완전히 고쳤다고 한다.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면 8시간 동안 계속
해서 50마일을 뛸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의사들은 약으로 당을 조절할 수 있을 뿐
당뇨병을 완치할 수 없는 고질병이라고 하지만 그는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다고 했다. 달리기
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달리기 프로그램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뉴욕지역의 마라톤 행사를 총괄하는 뉴욕 로드 러너스에는 현재 120개의 마라톤 단체가 등록되어 있는데 한인 마라톤 클럽은 실적 면에서 13위에 올라있다고 한다. 권 회장은 앞으로 이 순위를 5위로 올려 놓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마라톤이 인생의 전부가 되다시피 한 권 회장에게는 마라톤으로 이루고 싶은 더 큰 꿈이 있다. 뉴욕 로드 러너스가 개최하는 달리기 행사는 모두 54개인데 그 중에는 각 민족의 마라톤 행사도 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등은 자체의 마라톤 대회를 뉴욕 로드 러너스의 후원으로 개최하는데 권 회장은 내년부터 한국 마라톤 대회를 뉴욕에서 개최하기 위해 이미 뉴욕 로드 러너스 측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그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는 뉴욕 로드 러너스처럼 한인 마라토너를 위한 편의시설과 사업까지 계획하는 등 꿈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보면 권 회장은 이제 험난하고 힘겨운 마라톤 코스를 막 시작한 셈이다. 그의 꿈이 실현되는 결승점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기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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