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6~7건 달해
자녀 뿌리교육 좋아
지금까지 참석한 장례식 중 가장 즐거운 경험이었다. 생전의 할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손자는 “할아버지 웰컴 투 아메리카”라며 넙죽 절을 했고, 백발이 성성한 70대 노인이 된 아들은 “아버님 이제 꿈에 그만 나타나시고, 어머니 옆에서 편하게 쉬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지닌 23일 홀리크로스 묘지로 부친 윤기득씨의 유골을 모신 윤성인(74·레이크우드)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아닌 웃음이 넘쳤다.
“86년 이민 온 뒤로는 한국 송추의 한 공원묘지에 묻혀 있는 아버지를 자주 찾아 뵙지 못해 한국에서 홍수 소식이 들리면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이제 편히 잘 수 있게 됐어요.”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한인이 증가하면서 윤씨 가족처럼 한국에 묻혀 있는 조상의 유해를 미국으로 옮겨오는 ‘역이장’ 가정도 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묘지 이장 비즈니스를 시작한 가나장의사 고금만 대표는 “매달 미 전역으로 예닐곱 분을 이장한다”며 “1998년을 전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장하는 가정이 반대 경우보다 많아졌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장하는 케이스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씨의 경우 한국에서 이장 절차를 시작한 뒤 홀리크로스 묘지의 모친 곁에 안장할 때까지 10일 정도 시간이 걸렸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12가정이 나눠 내니 별 부담이 안 됐다.
장남인 윤성인씨가 역이장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어머니 이복녀씨가 숨을 거둔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 곳에 모시는 게 자녀의 도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차일피일 미루다가 올 봄 가정 일로 한국에 들어간 차에 조부 이상 어른들은 모두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했고, 아버님은 귀국 길에 미국으로 모셨다.
고인의 손자 명훈씨는 “집안 어른들도 모두 만족해하시고, 자녀들에게 뿌리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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