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공연의 달’이라 불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채로운 공연이 무대를 꾸미고 있다. 에어컨 바람으로 서늘한 장소에서 열리는 공연은 더위를 식혀 주는 청량제와도 같다. 무더운 날 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 가는 기분이라 할까.
‘공연의 달’ 출발 테입은 1일 본국의 정상급 성악가들로 구성된 ‘솔리스트 앙상블’이 끊었다. 혼성 합창단이 ‘한소리 코럴’이 6일 바톤을 이어 받았으며 서울 음대 학생 팀, 아시아-아메리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남가주 숙대 음대 동문회 연주회가 다음 주자로 기다리고 있다. 공연들은 한인들의 감성을 풍성하게 해주고 정신 건강에 이로운 소중한 행사다.
LA 윌셔 이벨극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솔리스트 앙상블’은 가곡, 오페라, 성가 등 다양한 레퍼터리로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귀가 길에 공연장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아쉬움은 공연에 임하는 연주자들의 태도가 아니라 공연장을 찾은 일부 관객들의 정신적인 해이에 기인한다.
장을 보러 왔는지, 공연을 보러 왔는지 구별이 안될 정도로 집에서 입는 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공연장을 찾은 무감각한 사람. 남의 자리에 버젓이 앉아 공연을 지켜보는 상식이 모자란 사람. 공연 시간에 지각해 공연 도중 자리를 찾느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훼방 놓는 게으른 사람. 공연 도중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부산한 사람. 공연이 마지막을 장식할 즈음 자리를 박차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성의 없는 사람.
주류사회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한인은 “관객들의 진지한 관람 태도가 공연에 임하는 연주자들의 자세를 가다듬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객들의 수준 높은 관람 태도는 공연의 질 향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있다”고 했다.
80년대 한인들의 주요 관심은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었다. 90년대 4·29 폭동이 발생, 한인사회가 경제적·정신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되면서 한인들은 정치력 신장의 필요성을 부르짖었다.
2000년대 들어 LA 한인타운을 한 예로 살펴봐도 한인사회의 경제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정치력 신장도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우리들의 눈길은 문화 공연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공연 기획 사업에 뛰어든 한 한인은 “앞으로 남가주 한인사회에 펼쳐지는 각종 공연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공연장을 찾아갈 때 맞선을 보는 기분으로 가면 어떨까?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단정한 옷을 입을 것이고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 거울을 한번 더 볼 것이 아닌가. 상대방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 대화 도중 휴대폰을 받는 일은 삼갈 것이 아닌가. 단정하게 자기 자리에 앉아 상대방을 기다릴 것이 아닌가. 보다 성숙한 한인들의 공연 관람 태도를 기대한다.
황동휘
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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