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터줏대감 ‘장미수예사’ 이전으로 한글간판 자취 감춰
한때 퀸즈 코리아타운의 중심부였던 플러싱 메인스트릿에서 더 이상 한국어 간판을 볼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메인스트릿에서 한글 상호 간판을 내걸고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해 오던 25년 역사의 ‘장미수예사’(사장 이순자·42-22 Main St.)가 이달 초 노던블러바드 162가로 이전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지난 1970년대 초 삼복식품점이 42애비뉴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약 35년 만에 메인스트릿에서 한국어 간판이 종적을 감추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장미수예사 이전에 대해 한인 메인스트릿 시대가 완전히 마감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장미수예사의 이순자 사장은 “많은 한인 분들께서 유일한 한글 간판업소로 메인스트릿을 고수해주기를 원했지만 한인 고객만을 상대해야 하는 비즈니스 특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업소를 옮기게 됐다”며 “지난 1980년 오픈, 25년간 영업을 해오며 정들었던 점포였지만 교통 불편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중국계에 내주고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이 사장은 또 “불과 10년 전만해도 한인 점포들이 즐비했던 메인스트릿 일대가 한자간판 일색으로 변해져 있는 것을 보면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플러싱 지역에 중국계 이민자 인구가 한인 이민자들에 비해 두 배 이상 유입 된데다 중국계 상인들의 진출이 거세게 일면서 메인스트릿 일대 상가는 한국어 간판을 대신해 한자간판으로 빼곡이 채워지고 있다.
현재 메인스트릿에 남아 있는 한인 운영 업소는 원아워 포토샵과 약국, 이불 판매점, 잡화점 등 불과 4개 정도로 대부분의 고객층은 중국계 등 타민족 이민자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1980년대 말 청과상, 식당, 선물가게, 세탁소, 제과점, 어린이용품점 등 80개 이상의 한인업소들이 운영되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소멸되다시피 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2003년도에는 메인스트릿에 운영되던 마지막 한인 청과상 ‘그린 팜’이 중국 온주 향우회 회원 100명으로부터 출자를 받은 중국계 상인에게 넘어감으로써 한인 사회에 잔잔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한인 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장미수예사의 이전으로 뉴욕 한인 초기 이민자들의 터전이었던 메인스트릿 시대를 사실상 고하게 됐다”면서 “한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중국계 상인들의 공격적인 진출에 떠밀려 나오게 됐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앞선다”고 말했다.<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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