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회에 로비… 재산규모 따라 요구 엇갈려
상속세(estate tax)를 둘러 싸고 큰 부자들과 작은 부자들이 서로 입장이 갈려 대립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큰 부자들이 우세한 형국이다. 소기업을 일궈 겨우 부자가 된 이들은 1,000만달러까지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 줄 것을 원하는 반면 수천만달러 내지 수십억달러의 유산을 받는 매우 부유한 이들은 세율을 낮춰 줄 것을 원하고 있다. 매우 큰 부자들에게 1,000만달러 면제 정도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것이다.
작은 부자들
1천만달러까지는 세금 안내게해야”
큰 부자들
그 정도론 부족 세율을 더 깎아야”
현재 연방상원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절충안의 핵심이 상속 재산에 대한 최고과세율을 47%에서 15%로 대폭 삭감하는 것이라 큰 부자들은 기뻐하는 반면, 작은 부자들은 자기들의 요구에 합당치 않다고 분노하고 있다. “부자들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절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기업주들을 대표하는 ‘전국독립기업협회(NFIB)’ 사무총장 도널드 대너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매우 부유한 이들을 대표하는 이들은 콧노래를 부르면서도 전투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가족 소유 수퍼마켓 체인 다수를 대표하는 ‘푸드 마케팅 인스티튜트’ 부회장 존 모틀리 3세는 “앞으로 로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들간의 갈등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상속세 수입이 대폭 줄어들면 해마다 연방정부 금고가 수백억달러씩 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파 연구단체 ‘과세및 경제정책 연구소’의 매튜 가드너는 “푸드 스탬프와 건강 보험같은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희생시켜가면서 부자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세금 감면 혜택만 주는 결과가 될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그러한 변화로 혜택을 받을 사람은 극소수다. 2003년에 사망한 240만명의 성인중 세금을 낼만한 유산을 남긴 사람은 2만8,600명뿐이었다. 다시 말해 그 세금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1.2%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그래도 ‘월마트’ 체인, ‘마즈’ 캔디, ‘캠벨’ 수프 상속자등의 로비 덕분에 상속세는 거의 없어질 날이 가까왔다. 지난 20년간 일단의 거부들이 상속세를 없애려는 캠페인을 벌여 왔고, 골수 공화당파인 NFIB도 1990년대 중반에 합류, 수많은 소기업및 농장 단체들이 가담했다.
이들의 대단한 압력은 결국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2000년도 대통령 선거운동시 그 철폐를 요구하게까지 했으나 예산 압박 때문에 오는 2010년 1년에 한해 상속세를 없애는 법이 2001년에 제정됐다. 의회가 후속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2011년에는 다시 부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방하원은 지난 4월, 그 세금을 영원히 철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연방상원은 오는 9월 5일부터 이 문제를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원의원과 로비스트들은 전면 폐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750억달러씩으로 추산되는 비용이 우선 엄청난데다 민주당 반대파들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천만달러, 수십억달러의 유산을 남길 매우 부유한 이들은 상속재산에 대한 세율 저하를 바란다.
그래서 절충안을 찾기 위한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존 킬 상원의원(공화, 아리조나)이 내놓은 기본안의 핵심이 바로 세율을 장기적인 투자 소득에 대한 세율과 꼭같은 15%로 낮추는 것이다. 세율을 그렇게 낮춰 놓으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자산을 급히 매각하는 일이 방지될 것이라고 킬 의원은 믿고 있지만 세율은 조금만 줄이고 대신 감면액수를 늘일 것을 원하는 소기업주들은 세율에만 집착하는 이 절충안을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1,000만달러까지 세금 감면으로, 그 정도면 NFIB 회원 60만명은 거의 전부 상속세를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기업을 갖고 있는 이들, 즉가족들이 경영하는 수많은 수퍼마켓 체인이나 맥주 도매상, 자동차 딜러들은 1,000만달러를 감면 받아도 여전히 엄청난 세금을 내야한다. 시애틀 타임즈 발행인으로 상속세에 반대하는 매우 부유한 사람들중 한명인 프랭크 블레든은 “내게는 세율이 가장 중요하다. 가능한한 감면도 많이 받고 싶지만 세율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말한다. 840억달러에 이르는 월마트 유산을 상속받는 사람들은 킬 의원이 추진하는대로 세율이 낮춰지면 수십억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연방의회 합동과세위원회에 따르면 킬 의원의 안대로 상속세율은 15%로 낮추고, 2009년까지 법이 정한대로 3,500만달러까지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질 경우 2015년에 줄어들 세수는 530억달러로 상속세를 전면철폐할 경우의 4분의 3에 달한다.
연방의회예산국 조사에 의하면 2000년에 3,500만 달러에 대한 감면 혜택을 받고도 상속세를 추가 납부해야했던 가족소유 기업체는 94개고 가족 농장은 65개로 그 해 사망한 성인의 0.007%에 불과했다. 그중 세금을 내느라 자산을 처분해야했던 기업은 54 뿐이었다.
상속세 철폐 운동은 1980년대말 남가주의 유산계획인 패트리셔 솔다노가 블레든과 함께 연방의회에 로비를 하면서 시작됐다. 캔디장사로 부자가 된 ‘마즈’ 일가, ‘크리스탈’ 햄버거로 부자가 된 R.B. 데이븐포트 3세 부인, ‘캠벨’ 수프 상속녀인 도랜스 ‘도도’ 해밀튼을 포함한 소수의 매우 부유한 고객들의 자금 지원을 받은 솔다노는 그들의 자금력에 세금 때문에 가족 소유 기업의 장래가 걱정된다는 소기업 및 농장단체들의 동원력을 결합시켰으나 작년들어 ‘큰 부자’들과 ‘작은 부자’들사이에 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예산 적자때문에 영구 철폐가 의문시되자 일부 큰 부자들이 로비스트 오브리 로스록 3세를 내세워 세율을 영구히 낮추는 방향으로 절충하도록 움직인 것. 로스록은 현재 ‘마즈’ 일가와 ‘월마트’ 상속자들, ‘웨그먼스’ 마켓 소유주 가족등을 대리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세율이 확실해지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질 것이 걱정스러운 유산계획인들, 상속받은 돈을 기증받아 기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비영리단체들이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등 당장은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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