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문제는 미국의 주요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 된 적이 없다.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후보가 이 문제를 너무 깊이 거론하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표를 떨어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다르다. 공화당 제리 킬고어 후보 진영이 불법이민자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는 시민의 세금을 불법이민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구호는 이제 킬고어 유세장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분석가들, 그리고 이민 전문가들은 11월8일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불법이민자 문제가 당락을 결정하는 최초의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민정책은 연방정부의 관할 사항이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우경화가 진행되면서 연방정부의 이민정책과는 별도로 각 주 차원에서의 이민자 관련 입법도 활발하게 입법되고 있다. 킬고어는 버지니아주 검찰총장을 역임하면서 불법이민자에 대한 운전면허 발급 금지 등 여러 입법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조지메이슨 대학 공공정책과의 마크 로젤 교수는 “불법이민자 문제를 쟁점화 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지만, 킬고어 후보의 경력,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보수 진영을 생각할 때 그가 이를 쟁점화 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큰 논쟁 끝에 설치가 결정된 헌든 시의 일용직 구직자 센터는 불법이민자 문제가 선거 쟁점화 되는데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구직자센터에 대해 킬고어 후보는 “불법체류자를 북버지니아로 끌어들이는 자석 역할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반면, 공화당 팀 케인 후보 진영은 “지역 실정에 맞춰 센터를 설치한 헌든 시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맞서 왔다.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버지니아 유권자들은 일용직 구직자센터에 대해 아직 불분명한 태도를 갖고 있다. “일용직 구직자 센터에 예산을 써도 된다”는 질문에는 찬성 50%, 반대 47%였다. 그러나 찬성자에 대해 “일용직 구직자 중에 불법체류자가 있어도 찬성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찬성 34%, 반대 61%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직자센터에는 찬성하지만 불법체류자는 안된다는 태도다.
이렇게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북버지니아 유권자에 대해 킬고어 진영은 “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1년 주지사 선거에서 마크 워너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북버지니아 유권자들이 킬고어의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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