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메네이 사후 최고지도부 공백…민족주의, 이슬람혁명주의 분열
▶ “핵·호르무즈·대리세력 견해 제각각…美와 합의돼도 곧 와해 위험”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재봉쇄 과정의 혼란은 이란 내 심각한 권력다툼을 시사하며 이에 미국의 대이란 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은 어떤 이란과 협상 중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란에서 나온 호르무즈 해협 관련 메시지는 절대적인 최고지도자가 없는 상태로 권력다툼이 진행 중이라는 징후라고 보도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이란의 상태를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당시 첫 수개월간의 혼돈과 닮은 '권력의 정글'에 비유했다.
현재로선 이란 당국자들이 미국과 평화 회담을 재개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이란 관영 언론이 보도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미국 측에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1차 협상에서도 이같은 이란 내부 긴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미 협상에 나서는 이란 대표단은 그동안 통제와 사전 준비가 철저한 소규모로 구성되곤 하지만 지난 11∼12일 협상에선 결정권자급만 30명에 달하는 80명의 대표단이 파견됐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합의를 이룬 중견 외교관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부터 미국에 대한 조롱을 일삼는 강경파 마흐무드 나바비안까지 상반된 성향의 대표들이 모여 격렬한 논쟁을 벌인 탓에 중재를 맡은 파키스탄 측이 미국보다는 이란 측을 상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혼란의 최대 원인은 최고 수뇌부의 공백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후 7주가 지나도록 장례식 일정조차 잡지 못할 정도이고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신변 이상설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전쟁과 암살로 군부 내 최고지도자 충성파 층이 얇아졌다.
지난 8일 휴전 선언 후로 이란 정권의 전시 결속력도 약화했다.
공식적으로 권력을 쥐고 있는 건 최고국가안보회의로, 이를 구성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협상 수석대표이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그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협상 의지는 이슬람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반발을 사고 있다.
군부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조직이 매일밤 동원하는 친정부 시위대는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을 직접 거명하며 비판한다.
최근 시위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구호를 선창하는 모습이 목격된 일이나 내달 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가 종전 60일 뒤로 미뤄진 것도 군부 통제의 징후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정치와 국익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자들과 이념을 중시하는 이슬람 혁명주의자 사이의 오랜 균열에 더해 물질적 이해관계가 얽혀 상황은 더 복잡하다고 짚었다. 오랜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작전으로 쏠쏠한 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진 장성들이 있고, 모즈타바 하메네이나 갈리바프 의장과 연결된 네트워크는 외국에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고 한다.
각 세력은 협상 최대 쟁점에 견해가 서로 다르다. 이란 대리세력을 놓고 민족주의자들은 제재 해제와 맞바꿀 카드로, 이슬람주의자든 저항의 중추로 여긴다. 민족주의자들은 핵 위기 고조를 외부 공격을 유도하는 일로 여기지만 이슬람주의자들은 억지력을 위한 핵무기 개발이라는 북한 모델을 따르고자 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두고도 실용주의자들은 걸프국들과 안보 협정의 지렛대로, 이념주의자들은 통행료를 걷을 수 있는 부스로 여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협상장으로 복귀하더라도 이란 대표단 내 깊은 분열은 협상 타결을 어렵게 하는 건 물론이고,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빠르게 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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