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은 지금도 영향력 있는 집단이지만 중세 때는 그 위세가 대단했다. 1076년 교황 그레고리 7세가 신성 로마 제국 황제였던 하인리히 4세를 파문하자 황제는 한 겨울에 사흘 밤낮을 성문밖에 서서 죄를 빌어야 했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서면 타락하는 것은 교회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14세기 후반에는 로마와 아비뇽에 서로 교황임을 자처하는 인물이 나타났다. 교회 내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3자를 교황으로 뽑은 후 두사람 모두 사퇴할 것을 촉구했지만 둘 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교황 3명이 존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세 사람이 서로를 “적 그리스도”라고 부르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교회의 권위를 여지없이 추락시켰다.
교황 가운데 제일 황음무도한 인물로 꼽히는 것은 15세기 말 재위한 알렉산더 6세다. 그는 교황의 신분으로 사생아를 넷이나 뒀을 뿐 아니라 창녀를 50명씩이나 궁전으로 불러 섹스 파티를 가진 후 가장 많은 여성과 성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 상을 주기도 했다. 이런 가톨릭의 부패상이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에 불을 질렀음은 물론이다.
미국 가톨릭이 요즘 성 추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보스턴과 뉴욕의 사제들이 수십년에 걸쳐 수백명의 아동을 상대로 성추행 행각을 저질러 온 것이 밝혀진데 이어 LA 대교구 안에서도 지난 75년간 126명의 성직자가 수많은 아동을 성적으로 괴롭혀 온 것이 드러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마호니 대주교를 비롯한 교회 책임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이들을 면직시키지 않고 쉬쉬하며 다른 교구로 전근시키는 바람에 LA 대교구 중 3/4이 한 때 이들 성 추행범의 범행 장소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죄질이 가장 나쁜 케이스의 하나인 마이클 베이커 신부의 경우 1986년 마호니 대주교에게 2명의 소년과 성 관계를 맺었음을 실토했음에도 카운슬링만 받게 하고 면직시키지 않는 바람에 20년동안 최고 10명의 소년이 그에 의해 희생당했다.
이런 사실은 LA 가톨릭 성직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 560명이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교회측에서 이들을 달래기 위해 성직자 신상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밝혀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교회에 가장 불리한 부분은 삭제된 것일 뿐 아니라 실제 피해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직자의 성추행은 LA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LA 대교구가 신도 500만으로 미국 최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2년전 보스턴 대교구는 성 추문 배상금으로 8,500만 달러를, 작년 오렌지카운티는 1억 달러를 내놨는데 LA 케이스를 맡은 변호사들은 이번 배상 금액은 5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요한 바오로 2세는 죽기 직전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을 보고 받고 이는 “가장 나쁜 범죄”라 고 말했다. 그 후임자인 베네딕토 16세가 과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어떤 방지책을 세울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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