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Red)와 블루(Blue).
타오르는 불꽃이 붉은색이듯 레드가 승리의 빛깔이라면 블루는 공기와 물이 푸른색이듯 생명의 빛깔이다. 승리와 생명을 상징하는 두 색깔의 공간, ‘레드오션’(Red Ocean)과 ‘블루오션’(Blue Ocean)이 올 세계 경영학계의 화두가 됐다.
그러나 일전의 한 모임에서 만난 제법 큰 기업의 CEO마저 ‘블루오션 전략’이 생소하다 했던 것처럼 ‘블루오션’ 바람이 해가 다 가도록 LA 한인타운에는 불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공동 저술한 ‘블루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은 출간과 함께 ‘최고의 경영전략’이라는 찬사를 얻으면서 27개국에서 번역됐다. 한국에서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일독을 권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재계는 물론 학계, 정·관계의 필독서처럼 됐다. 기업에서도 구멍가게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블루오션’ 전략을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블루오션’ 열풍이 불었다.
‘블루오션’ 전략은 비슷한 업종끼리 승리만을 위해 서로 물고 물리다가 피바다를 이루는 공간, 즉 ‘레드오션’을 넘어 가치창조와 혁신을 통해 과거에 없던 발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넓고 깊은 무한의 공간, ‘블루오션’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그러므로 ‘블루오션’의 시장은 무한대다. 경쟁자도 없다. 언젠가 경쟁자가 나타나더라도 항상 우위에 있게 된다.
지금의 한인타운을 보자.
모두가 경쟁에 몸서리친다. 한 업소가 잘되면 여지없이 똑같은 다른 업소가 바로 옆에 생겨나고 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 어느새 다른 업소에서 더 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한 차원 높다는 은행들도 금리를 내리고 올리며 고객을 빼앗고 멀쩡히 일 잘하는 직원에게 연봉을 들먹이며 흔들어 놓는다.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다. ‘레드오션’이다.
한 조사에서 미 주류업소들이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애물로 ‘행정규제’를 꼽은 반면 한인업소들은 ‘가격경쟁’이라고 대답, 이같은 사실을 반영해주고 있다.
‘레드오션’에서의 승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상처뿐인 영광은 잠깐이고 어느새 재앙은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
끝없이 넓고 푸른 ‘블루오션’으로 가야한다.
‘화려한 여행’에서 ‘편리한 여행’으로 항공여행의 개념을 180도 전환, 고유가 시대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커피를 단순한 기호 음료가 아닌 사람과 사회를 만나는 공간으로 전환, 1,000년 커피역사를 새로 쓴 ‘스타벅스’, 와인의 복잡한 선택을 간소화해 서민와인으로 파고들어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캘리포니아 와인을 누른 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옐로테일’ 등은 ‘블루오션’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 기업들이다.
화려한 용기의 대명사였던 화장품을 값싼 용기에 넣어 저가화장품으로 2년만에 4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어 돌풍을 일으킨 한국의 ‘더 페이스 샵’, 따뜻하고 고소한 맛의 대명사 돌솥밥을 순두부에 접목, 성공한 LA의 ‘북창동 순두부’도 아이디어 혁신을 통한 ‘블루오션’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견토지쟁’(犬兎之爭 )이란 말이 있다.
빠른 명견(名犬)이 역시 빠른 산토끼를 뒤쫓아 산기슭을 오르내리다가 결국 둘 다 지쳐 쓰러져 죽는다는 말이다. 본래의 목적은 뒤로한 채 불필요한 경쟁만 벌이다가 모두가 공멸하고 만다는 교훈이다.
하루하루 긴장속에 사는 기업인들. 승부의 스트레스 속에 사는 직장인들. 그들에게 진정한 승리는 무엇인가. 진정한 승리는 모두가 쓰러지는 소모적인 경쟁속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탄생되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블루오션’은 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한번쯤 ‘블루오션’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권기준 부국장·경제부장
kj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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