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옥(왼쪽 끝)씨가 한국에서 온 딸 선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3일 아침 LA 공항에 도착하자 반갑게 달려가고 있다. 왼쪽 두 번째는 아들 성근이에게 달려가는 김영란.<서준영 기자>
“어서 오너라, 내 새 딸·새 아들”
어제 한국 입양자녀 맞은 동창생 변덕수·김기철씨
변씨 “처음엔 주저했지만 나중엔 그 아이 눈에 밟혀”
김씨는 이미 딸 둘 입양
보성중학교 동기동창인 변덕수(46)씨와 김기철(46)씨.
하루에도 몇번씩 대화를 나룰 정도로 절친한 두 사람이 23일 LA국제공항에서 만났다.
먼저 도착해 있던 김씨가 “왜 이렇게 늦었어?”라고 핀잔을 주자, 변씨는 “부인이 진통하느라고 늦었어”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로 맞받아 쳤다. 함께 공항에 나온 부인들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두 가족은 목이 빠질 정도로 길게 내밀고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40대 중반의 두 부부가 직장일도 뒤로 미룬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여행객들로 북적되는 공항에서 만난 이유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2년이 넘는 긴 산고 끝에 한국에서 LA행 비행기에 오른 입양 자녀 성근이(6)와 선희(10)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긴 입양 수속 기간 동안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해 성근이와 선희를 만났지만, 가족으로서의 첫 만남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초조함도 커진 탓인지 이들의 얼굴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사실 어제 밤 한숨도 못 잤다”는 변씨는 줄을 서 나오는 도착 승객들 사이로 선희가 모습을 드러내자 “선희야”라며 달려가 반갑게 늦둥이 딸을 힘차게 안아줬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세 아들의 아버지인 변씨가 입양을 생각한 것은 친구 김씨 때문. 두 딸을 모두 경남 김해시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방주원에서 입양한 김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변씨에게 입양을 권했다.
변씨는 “입양을 주저하던 와이프가 한국 방주원에서 선희를 본 뒤 선희가 눈에 밟혀 잠을 잘 수 없었고 해 입양을 결심했다”며 “아들놈 세 놈 키웠으니 이제 공주님 세 명 키울 차례“라고 환히 웃었다.
이제 아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김씨도 선희와 함께 다소 부끄러운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성근이를 보곤 깊은 포응을 나누며 미국 도착을 환영했다.
성근이와 선희가 오랜 준비 끝에 추수감사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데는 김씨의 두 딸중 하나인 둘째 정민이의 역할이 컸다.
미국에 오기 전 방주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당시 선희는 정민이의 단짝이고, 성근이는 정민이가 가장 예뻐하던 동생이었다.
이후 혼자 미국에 온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던 정민이가 엄마는 물론 평소 가깝게 지내 이모라고 부르는 변씨의 부인 영옥씨에게도 선희랑 성근이를 데려와 달라고 수없이 졸라댔다.
둘째딸이 기특하기만 한 김씨는 “우리 아이 세 명과 선희가 모두 한 고아원 출신이어서 참 기쁘다”며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김씨와 변씨 가족들의 마음속에는 넉넉함과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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