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천국가기란 낙타(히브리어 발음이 비슷해 동아줄이 낙타로 변했다고 함)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낙타든 동아줄이든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는 없다. 결국 부자는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말인데.
성경은 부자들의 천국행을 이렇게 비유하며 가진 자들의 자세를 엄중 경고했다. 잘 아는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한인사회 부자들은요 얼굴 나고 생색나지 않으면 돈 안내요”라는 표현으로 그들의 인색함을 비꼬기도 했다.
옛말에도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자기의 살림이 넉넉하고 유복해져야 비로소 남을 동정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먹고 살기도 힘든데 남을 도와주기가 여간 쉽지가 않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요즘 남을 돕고 사는 사람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자들이 많다. 수년 동안 한국 불우아동들을 도와주는 직장 동료들도 결코 넉넉한 살림은 아닌데도 매달 20달러씩 보내준다. 암투병중인 독신여성이 제3세계 어린이 후원금 한 달 30달러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보낸다. 어느 할머니는 정부 보조금에서 조금씩 떼어내 자선단체에 매달 후원금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단돈 5달러가 아까워 햄버거를 사달라고 보채는 아들의 손을 끌고 집에 들어와 밥으로 때웠다며 한숨을 쉬는 월급쟁이도 매달 불우아동 후원금을 낸다.
이들의 살림이 과연 넉넉해서 그럴까. 없는 사람들은 가난의 고통과 궁색함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 매서라도 더 어렵게 사는 이들에게 선 듯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은 부자노인 스크루지를 소재로 나눔과 이웃사랑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있다. 돈 버는 재미만으로 살아가던 그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세 명의 유령을 만난다. 유령들을 따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본 그는 닫혔던 마음을 열어젖히고 다시 태어난다는 내용으로 요즘도 매년 연말이면 TV 전파를 타고 나눔의 정을 전도한다. 돈과 명예만을 쫓아 목적은 달성했지만 마음이 가난하면 그는 평생 가난뱅이로 살게 된다는 교훈이다.
얼마 전 작고한 한인사회 거부의 이야기도 되새겨볼 만하다. 일에 파묻혀 살던 그가 집에 찾아온 동창으로부터 자선단체를 도와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물끄러미 동창을 바라보던 그가 뒷방으로 가더니 금고문을 열고서는 돈다발을 꺼내 세면서 “너 돈세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일언지하에 기부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얼마 후 젊은 나이에 암으로 죽고 말았다.
그가 죽고 난후 아무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는다. 다만 몇몇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회자될 때 마다 ‘돈세는 재미’에 빠져 죽는 줄도 모르는 수전노로만 기억하고 있다.
철강 왕 앤드류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에서 가난한 수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와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낸, 우리 같은 이민자들의 롤 모델이다.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카네기는 자신의 전 재산의 90%를 기부하고 죽었다. 후세사람들은 그를 부자가 어떻게 돈을 써야할지를 제시한 최초의 인물로 높이 평가된다. 아마도 자신의 어려웠던 이민시절을 되돌아보며 돈을 남기느니 구석진 곳을 위해 재산을 쓰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자선을 베풀고 이를 동네방네 소문내는 부자도 있다. 또 얼마 전 자선 방안을 논의한다고 만났던 모 한인 단체가 노래방에서 2,000여 달러를 쓰며 노는 바람에 빈축을 산적도 있었다.
이번 주는 연말 감사의 계절이 시작되는 땡스기빙 주간이다.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렵다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감사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훈훈한 미담과 온정의 기사들이 한없이 쏟아지는 연말 사회면을 만들고 싶다.
김정섭사회부장 직무대리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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