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 파견 근무중 휴가를 나온 하워드 임(맨 오른쪽) 중위가 웨스트포인트 학부모회 회원들에게 전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쓸쓸하지만 자랑스럽구나”
■미 육사 학부모회 송년모임
자녀 안부 나누며 모처럼 웃음꽃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이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는 연말연시. 전장에서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보내야하는 수십만의 파병 군인과 사랑하는 아들·딸을 국가에 내어 준 부모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가는 시기다.
미육군사관학교에 재학중이거나 졸업한 자녀들을 둔 학부모의 친목모임인 웨스트포인트학부모회 회원들도 연말연시면 가슴 한 구석이 시리다. 자녀가 이라크와 아프간에 파견된 부모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뉴스에서 미군 사망 소식을 접하면 이틀 동안은 긴장 상태다. 숨진 병사의 신원을 바로 알 수 없는 데다 군 당국이 48시간 이내에 숨진 병사의 가족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는 게 부모의 마음.
3일 송년모임을 가진 이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색이 돌았다. 자녀들의 안부를 묻고,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주고받으니 절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게다가 이번 모임에는 아프간에서 복무중인 하워드 임 중위가 때마침 휴가를 나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부모들의 자녀 걱정을 덜어줬다.
1남2녀 중 장남과 막내딸이 육사를 졸업한 우호룡씨는 “공부 잘하던 두 녀석은 멀리 떠나고, 중간에 껴 공부를 잘 못했던 둘째가 함께 살며 효도한다”며 위안을 삼았다. 우씨의 장남 존 우 대위는 올 1월부터 이라크에서 아파치 헬기 조종사로, 내년 9월 이라크 파병을 앞둔 막내딸은 시애틀주의 미군기지에서 복무하고 있다.
지난 10월 아들 필립을 이라크로 떠나보낸 서민숙씨는 “아들이 전장에 간 뒤 남편이 매일 새벽기도를 갈 정도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처음 만나는 타민족 사람들도 필립 이야기를 들으면 ‘고맙다’고 말해 뿌듯하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군에 간 아들 하워드가 휴가 나온 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이 날 연말모임을 주최한 임춘택씨는 “미국에서 풍족하게 자란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게 안쓰럽지만, 그 속에서 성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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