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퇴거 억울함 호소하러 갔더니 3시간 대기후 “연기”
몇달 기다렸다 ‘3분 발언’… 그나마 안듣고 잡담·통화
LA시의회 의원들이 민생은 뒤로 제쳐둔 채 자신들의 기분 내기에만 바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회의 나라’에 이민 오며 정치인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높였던 한인들은 미국 제2대 도시 시의원들의 행태에 실망감까지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 강제퇴거를 앞두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 2일 시의회를 찾았던 베니스 지역의 링컨 하이츠 아파트 주민들은 시의원들이 평소 신세진 사람들에게 주는 감사장, 공로패 수여 절차가 끝없이 이어지는 덕에 3시간을 넘게 기다리다 결국 실망만 남겼다며 불평을 털어놨다.
이날 시의회는 다음날 예정됐던 USC-UCLA 풋볼경기에 양 학교 출신 정치인들이 공개 내기를 하는 순서까지 소화해냈지만 진작 살 곳을 잃게 된 서민들의 호소를 들을 시간은 찾지 못했다. 시의원들은 주민들이 낸 진정안을 회의 끝 무렵에 검토하려 했으나 이번엔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15명의 시의원들 중 7명만 남고 8명은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일찍 본회의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주류면허 판매, 건축허가 등을 신청했던 한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 경험이다.
새로 구입한 리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려는 행정당국 방침에 선처를 부탁하려고 시의회를 찾았던 한인 부부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관이지만 “세상에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들 부부는 영업시간 제한의 부당함을 시의원들 앞에서 항변하려 시의회를 수차례를 찾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번번이 회의가 연기돼 발언기회를 얻지 못했다. 수개월 가까이 허탕을 친 끝에 얻은 기회는 ‘3분 발언’이 고작이었고, 업소 문을 닫아가며 시의회를 찾은 결과는 영업시간 제한이란 불리한 판정이었다.
이들 부부는 “어렵게 발언기회를 얻었지만 시의원 대부분은 셀폰 통화, 서로간 잡담으로 분주해 누구하나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민주주의 고향이란 미국의 시의원 수준이 한국 저질 정치인보다 못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인타운 콘도개발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한 한인 개발업자도 “줄이 닿는 사람을 통하면 쉽다고 하는 이야기를 이제서야 믿는다”며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지만 아쉬운 쪽이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 주 전국 도시연합 컨퍼런스 참석 시의원들이 많은 이유로 임시 휴회중인 시의회는 다음주부터 2주간의 정기 크리스마스 휴회에 들어간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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