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정성·염원 모아 만든 조형물 갈 곳 없어 방치라니...
애국선열 추모비·고 이재성군 흉상 등
소중한 ‘사료들’ 무관심속 먼지만 쌓여
한인사회의 정성과 염원을 모아 제작한 각종 조형물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 특히 이 조형물들이 한인사회에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2세들에게는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방치가 결국 분위기에 떠밀린 근시안적인 졸속 계획과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는 이민 100주년을 맞아 당시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추진한 애국선열 추모비.
2년 넘게 윌셔 초등학교에 설립을 추친해 온 기념사업회는 일단 이 계획을 접었다. 이 학교를 포함하는 미라클 마일 지역 내에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 조형물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뒤늦게 지역 주민의회와 접촉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 사업회 후신인 미주 한인재단은 차선책으로 LA한국문화원에 설립을 의뢰했지만, 문화원측이 한국 정부 소유 건물에 일반 단체 시설을 세우면 국정감사 지적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해, 아직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남가주 미주한인재단 고석화 회장은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최적의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다울정과 대한인 국민회관 등 새로운 장소를 물색 중”이라며 “미주한인의 날 행사가 끝나는 대로 이를 해결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황중인 조형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인들에게는 악몽이었던 4.29폭동 당시 희생된 이재성군을 추모하기 위해 1995년 3만달러를 들여 제작한 ‘고 이재성군 흉상’ 역시 10년이 넘도록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이 흉상은 당초 서울국제공원에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이군 부모의 반대와 시의 허가를 받지 못해 당시 신세대 한미재단에서 보관하기로 한 뒤 한인들의 기억에서 아예 사라졌다. 이 흉상은 현재 강종민 재미사업가협회 회장이 보관하고 있다.
강 회장은 “마땅한 장소를 못 찾아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다”며 “한미박물관이나 대한인국민회관 기념재단처럼 역사 의식 있는 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안중근 의사 흉상 건립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주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는 한인회에서 추진중인 노인복지회관 부지 내 건립을 공언했지만, 한인회측은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양측의 충분한 논의도 없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조형물들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관련단체가 적극 나서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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