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인 은행가의 최대 뉴스는 ‘벤 홍의 복귀’였다. 새한 이사회의 전격적인 행장 교체 결정에 따라 지난해 나라 사태 후 1년 가까운 은퇴생활을 다시 접고 현직에 돌아온 벤자민 홍 행장 소식이 은행가에 가져온 파문은 컸다. 은행권의 양상 변화와 직원 이동 등의 가능성을 두고 드라마에서나 볼 듯한 온갖 시나리오와 설이 난무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온통 화제는 홍 행장 이야기에 집중됐다. 홍 행장이 새한에서 집무를 시작한 지 2주여가 지난 지금 그간 횡행하던 온갖 추측과 루머는 상당히 잦아들었지만, 은행가에서는 아직도 새한에서 뭔가 중대 발표가 터져나오지 않나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은행권 인사의 표현대로 ‘돌아온 장고’처럼 컴백한 홍 행장 본인을 빼놓는다면, 사실 ‘벤 홍의 복귀’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새한의 이사진과 주주들일 것 같다. 홍 행장 선임 소식이 터져나온 이후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새한의 주식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1월 중순만해도 15달러선이던 새한 주가는 지난주 한때 25.50달러까지 올라가 3주간의 짧은 기간 동안 무려 70%가 뛰는 급등세를 보였고, 새한 주식의 시장 가치 총액도 이 기간 거의 1억달러 가까이 불어났다. 그의 전격 영입을 결정한 새한 이사들은 보유 주식의 가치 폭등으로 불과 며칠새 앉아서 몇백만 달러를 번 셈이 됐으니 그가 본격 경영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벤 홍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거래량은 미미한 가운데 이번 현상을 ‘거품’으로 보는 우려도 있지만, 그의 컴백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련의 일들이 은행 경영자로서의 그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은행들에서 홍 행장의 이번 복귀를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고 차세대 육성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의 은행 경영 수완에 의문 부호를 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금융계 원로로서 전체 한인 은행계 발전을 위해 조언하고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게 더 좋을 뻔했는데…”라는 말들 속에는 벤 홍이 다시 경쟁자의 위치로 돌아온 것에 대한 부담이 숨어 있는 눈치다.
홍 행장은 나라 임시행장 시절이던 1년여전 신문 기고를 통해 ‘한인 은행들이 당면한 과제’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기고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단기적 고성장 추구 경향을 경계하면서 “경영진이 단기 이익을 올리기 위해 너무 높은 성장을 추구하면 이사회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의무가 있다”, “은행들은 성장 위주의 단기적인 전략에서 인적자원의 양성을 겸한 장기적인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썼다.
이같은 지론을 피력한 바 있는 홍 행장이 새한의 성장에 박차를 가해달라는 이사들의 요청을 안고 영입된 상황이 아이러니일 수도 있다. 다시 경영 일선에 컴백한 홍 행장이 과연 현실의 요구 사이에서 과연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것이 ‘벤 홍의 새한’을 전 은행권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김종하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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