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 살아있는 기억 - 어제 안에 오늘’
좋은 전쟁도 없고 나쁜 평화도 없다. 전쟁은 끝나도 전흔은 남는다. 전쟁이란 괴물을 살찌우는 영양제는 망각이다. ‘잊혀진 전쟁.’ 그러므로 오십몇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진 동족상잔의 비극 한국전(1950년6월-1953년7월)이 ‘잊혀진 전쟁으로 기억되는 것’은 해괴한 역설 위험한 인식이다.
한국전의 비극을 통해 ‘전쟁과 평화’를 아프게 되새기는 이벤트가 베이지역에서 시작됐다. 평화를 위한 한미연대 등 여러단체와 학자 예술가들이 손을 맞잡은 베이지역기획위원회가 보스턴 아시안아메리칸 연대기금(BAAUF) 등의 후원을 얻어 마련한 “잊혀진 전쟁 살아있는 기억 – 어제 안에 오늘” 전시회가 9일 오후 6시 오클랜드 프로아트갤러리에서 개막됐다.
꽤 넓은 갤러리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 약 200명이 들어찬 가운데, 게다가 전쟁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는듯 겨울비보다 더한 봄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을씨년스런 바깥풍경이 확 트인 유리벽을 통해 행사장 안으로 빨려드는 가운데, 오클랜드청년문화원 풍물패의 반주 속에 전쟁퇴치 평화기원 고사로 오는 4월16일까지 이어질 전시회의 첫 걸음이 떼어졌다.
자신의 죽음보다 살벌한 세상에 남겨질 자식 생각에 눈을 미처 감지 못한 채 신음하는 어른, 삶도 모르는 나이에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놀란토끼눈, 함께 놀란 소, 파괴된 집과 마을, 쏟아지는 폭탄, 주인잃은 피난보따리, 귀환의 다리, 음성증언이 담긴 영상자료….
보스턴대 임램지 교수(심리학)가 총괄기획을 맡은 이 전시회는 강옥진 임율산 황인주 유지영 조에리카 홍석종 민용순 조그레이스 김호수 이현정 씨 등 작가들이 문자로 음성으로 그림으로 판화로 설치예술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입장료는 없으며 화-토요일에는 낮 12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일요일에는 낮 12시에서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주최측은 전시회의 부대행사 일환으로 ▷전시회 참여작가들과의 대화(3월11일 오후1시) ▷타커뮤니티 평화애호가들과의 관계만들기(3월25일 오후1시) ▷한국전의 유산을 둘러싼 침묵을 깨기 위한 6.25 우리안에 흐르는 역사 공연(4월8일 오후 7시) ▷전쟁생존자들과 2세들의 소통을 위한 세대간의 대화(4월15일 오후 1시)를 곁들인다.
“갈등으로 점철된 지구화시대에 이 전시회는 과거 갈등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적대를 해소하는 주된 수단으로 대화를 권장”(임램지 교수)하는 등 세대간 소통이 유난히 강조된 이날 개막식은 그러나, 김홍익 SF한인회장 홍순경 전 IIC이사장 등과 이른바 ‘운동권 어른’ 몇몇을 제외하고는 한인사회 기성세대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차세대 코리안들과 타커뮤니티 평화애호가들만 자리를 같이해 아쉬움을 남겼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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