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리라는 요구에 불응 한데다 신분증이 없어 이 남성에게 수갑을 채운 뒤 일시 구금을 위해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고 있다. <이승관 기자>
미성년을 이용한 함정수사에서 한인 청소년의 부탁을 받은 백인남성이 업소에서 구입한 술을 건네주고 있다. <이승관 기자>
“아저씨 리커에서 술 좀…”
레이크우드 등 5개시 함정단속 동행취재
5시간 동안 위반율 평균 9.2% 걸리면 벌금에 사회봉사까지 경찰“허탕치는 날 가장 보람”
8일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 레이크우드시 한 샤핑몰 내 사무실에서는 이날 대대적으로 실시될 주류법 위반 합동 함정단속에 앞서 트럭 보 ABC 수사관의 브리핑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단속 형태는 미성년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함정단속으로 레이크우드시 등 인근 5개시 대상으로 LA셰리프국·ABC 수사관 등 40여명이 총 7개팀으로 나누어 투입됐다. 이중 기자가 동행한 7번팀은 아테시아 지역을 맡기로 했으며, 캘리포니아주 검찰 소속 마약단속반에서 3년 파견근무 하다 최근 돌아와 첫 작전에 나선다는 스펜서 존 ABC수사관과 LA셰리프국 경찰관, 청소년 자원봉사자(15) 등 5명으로 조를 이뤘다.
첫 대상은 11,000블록에 있는 ‘F’주류판매점. 오후 2시께 현장에 투입된 청소년은 업소를 드나드는 시민들에게 쉴새없이 술 구입 부탁을 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급기야 업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밖으로 나와 이 청소년을 꾸짖으며 다른 데로 가라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작전이 중단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존 수사관이 업소에 협조 요청을 했으나 결국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러다 한 명도 적발하지 못하고 허탕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존 수사관은 엷은 미소를 띠면서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 단속을 벌이는 게 아니라 예방 목적이 더 크다. 한 명도 적발하지 못 하고 돌아갈 때가 더 흐뭇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단속에 적발되는 업소가 나타났다.
11,000블록 아테시아 블러버드에 있는 한인운영 ‘J’주류판매점에서 흰색 티셔츠에 감청색 운동복을 입은 20대 백인 남성은 청소년에게 맥주를 건네주는 순간 들이닥친 경찰관을 보자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남성은 경찰의 요구에 저항한 데다 신분증까지 없어 결국 수갑을 찬 채 순찰차 뒷좌석에 일시 구금됐다. 억울하다며 항변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최고 1,000달러의 벌금과 사회봉사명령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는 내용의 티켓을 받아든 그는 두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 과정을 옆에서 쭉 지켜봤던 업주 김모씨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는 “2주전 신분증 확인 없이 미성년자 술을 팔았다가 단속에 걸렸다”면서 “이제는 나이에 상관없이 일일이 신분증 확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단속반은 총 178명에게 함정 단속을 벌여 18명을 적발됐다. 이중 3명은 신분증이 없거나 수배자여서 구치소에 수감됐다.
5시간에 걸친 단속결과 위반율은 하와이안 가든이 11.1%(시험대상 24명 중 3명)로 가장 높았으며, 패러마운트가 6.5%(29명 중 2명)로 가장 낮았다. 전체 평균은 9.2%.
이날 작전을 총 지휘했던 존 개넌 LA셰리프국 레이크우드지서 사전트는 “위반율 0%를 목표로 이 같은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주류를 취급하는 업주들은 물론 시민들도 미성년자 주류 판매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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