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추락 여객기 녹음 첫 공개
승객들 조종실로… 행동개시… 테러범들 못들어오게 막아
다급해진 테러범들 그들이 들어오면 끝내자… 비행기 흔들리다 결국 추락
“조종실로, 조종실로. 우리가 못하면 우리는 죽는다”(승객), “그들이 들어오려고 한다. 못 들어오도록 막아, 막으란 말이야”(테러범).
9ㆍ11 테러 당시 납치된 4대의 비행기중 하나였던 유나이티드항공 93기에서 승객과 승무원들이 테러범에 맞서 조종실을 탈환하려 했던 절박한 순간 등을 담은 조종실 녹음이 12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승객들이 사력을 다해 조종실 진입을 시도하자 테러범들은 결국 비행기를 펜실베이니아 들판에 추락시켜 자신들은 물론 승객 33명과 승무원 7명 모두의 목숨을 앗아갔다.
녹음 공개는 9ㆍ11 테러와 관련 미국내에서 유일하게 기소된 알 카에다 조직원 자카리아스 무사위에 대한 재판에서 검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총 32분 분량의 녹음에 따르면 테러범이 장악하고 있던 조종실에 대한 공격은 오전 9시57분께 시작됐다.
승객들 사이에서 “준비됐어, 자, 행동개시”라는 외침이 들렸고, 조종실에서는 밖이 소란해지자 아랍어로 “무슨 일이 났나, 싸움이 벌어졌나”고 묻고 “그래”라고 대답하는 테러범들의 고함이 이어졌다.
승객들은 전화로 지상의 친지들과 통화하면서 다른 납치 비행기들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충돌시키는 테러가 자행됐음을 알고 조종실 탈환에 나섰다.
테러범들은 비행기를 왼쪽으로 급선회 시킨 뒤 다시 좌우로 마구 흔들어 댔다. 비명과 유리잔 깨지는 소리가 뒤섞였고 다급해진 테러범들은 “여기서 끝장낼까” “아직은 아니야, 그들이 모두 들어오면 그때 끝내자”라고 마지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음료수 운반 카트를 조종실 문에 충돌시키려는 승객들의 2차 공격이 감행되자 테러범들 쪽에서는 “산소 공급을 끊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테러범들은 비행기를 다시 흔들어 대다가 하강을 시작했고, 조종실에서는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는 말이 주문처럼 되풀이됐다. 오전 10시3분 “노, 노, 노, 노…”라는 승객들의 절규가 폭발 소리에 묻히면서 모든 것은 끝이 났다.
당초 뉴왁 공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던 이 비행기 기장은 테러범들이 조종실에 들이닥치자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외치며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으나 허사였다.
9시31분부터 시작된 녹음에서 테러범들은 “기내에 폭탄이 있다”며 “앉아, 머리 숙여”라고 소리쳤다. 승객들은 “살려주세요” “해치지 말아요”라고 애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숨진 여 승무원의 남편이 “‘ 당신의 웃는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한 것이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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