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선교에 활용”역발상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다.”
미국의 복음교회들이 오는 19일 개봉되는 영화 ‘다 빈치 코드’를 선교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 ‘신성모독’ 판정을 내린 가톨릭 교계가 교인들을 상대로 입장권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등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복음교회들은 ‘다 빈치 코드’가 증폭시킨 신학적 관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역치기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친구와 관람”티켓등 제공 관심 유도
“신성모독”가톨릭 불매운동과 대조적
탐 행크스가 주인공인 하버드대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으로 출연하는 ‘다 빈치 코드’는 무려 4,000만부가 팔린 댄 브라운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큐레이터가 살해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시청의 요청으로 피살자가 남긴 표시를 해독한 랭던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속에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숨돌릴 틈도 없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극적 상황 속에서 랭던은 예수와 결혼해 딸을 낳은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십자가 처형 이후 프랑스로 도주, 메로빙거 왕조의 탯줄이 되었으며 예수의 후손은 비밀결사의 보호 하에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밀 코드’를 풀어낸다.
만약 소설과 영화가 제기한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독교 신앙은 희대의 사기극이 되어버리고 만다. 더구나 교황청 내 실존 조직인 ‘오푸스 데이’가 예수의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엽기적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집단으로 묘사됐으니 가톨릭 교계가 흥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교회 마케팅사인 아웃리치 Inc.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개신교회의 68%는 색다른 대응을 계획하고 있다.
텍사스주 리처드슨에 위치한 윌로우크릭 커뮤니티 교회의 조슈 맥도웰 목사는 “영화관 밖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따위의 속 좁은 처사”라고 못박고 지난 달 시카고에서 같은 교회의 개리 풀 목사가 ‘다 빈치 코드’를 주제로 설교, 2만2,000명의 청중을 끌어 모은 사실을 “모범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캘리포니아 알리소비에호 소재 코스트힐스 커뮤니티 교회의 켄 바우 원로목사는 이보다 더 적극적이다. 그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와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는 조건하에 젊은 교인들에게 다 빈치 코드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영화 감상 후 둘이 마주 앉아 기독교 신앙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스타벅스 선물 카드도 덤으로 줄 계획이다. ‘다 빈치 코드’ 열기를 “더 많은 교인을 교회로 불러모으기 위한 주님의 역사”로 해석하는 그는 “신앙을 갖지 않은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라”며 자신의 관련 설교를 입력한 아이파드 셔플 325개를 청소년 신도들에게 배포해 주었다.
기독교 신앙에 도전한 영화는 사실 ‘다 빈치 코드’가 처음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이 만든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에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성적 환상을 품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영화가 나오자 2만5,0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영화제작사 중역들에게 협박편지가 날아들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남침례교 총회의 마이크 레코나 목사는 “돌이켜보니 신앙에 대한 일체의 도전을 허용치 않으려는 당시의 태도는 옹졸하기 짝이 없었다”며 ‘다 빈치 코드’를 교세 확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음교회들의 긍정적 발상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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