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관선변호사 7명중 최고참, 11년째 근무
“내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편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변호사가 된 이유가 아닐까요.”
화려해 보이지 않는 ‘관선변호사’(Public Defender)란 타이틀. 오렌지카운티 관선변호사로 10년째 한 자리를 지켜온 아이린 배(한국명 애란·36·사진)씨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돈이 없어’ 개인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는 피고들을 검사의 추궁에 맞서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관선변호사의 머리와 입에 달렸다.
배 변호사는 “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도움을 청할 때 손을 내밀어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겐 사명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급은 카운티에서 받지만, 나를 정말로 고용한 것은 하느님“이라고도 했다. 개인사무실을 열거나 로펌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친구들이 가끔은 부럽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떠올리는 생각이라고 한다.
UC버클리를 나온 배 변호사가 샌프란시스코의 헤이스팅스 법대(UC계열)에 들어간 것은 성장하면서 부모님의 통역을 도우며 ‘법’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 법대 재학 때 카운티 검찰과 연방 관선변호사 사무실 등에서 인턴을 하며, ‘관선변호사는 나의 운명’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1995년 변호사 시험 합격 직후 고향인 OC로 돌아와 관선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OC 관선변호인 사무실에는 210명의 변호사가 있는데, 그 중에 한인이 7명이지만 최고참인 배 변호사만이 중범 케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11년 차의 배 변호사를 거쳐간 케이스는 어림잡아 1만건 이상. 중범 케이스는 100여건을 맡았고, 이중 30건은 재판까지 갔다. 지금도 평균 15~20건의 케이스는 배 변호사의 케이스 파일에서 현재진행형이다.
한인이 피고인 사건도 20건 가량 있었다. 배 변호사는 그 중에서도 “LA 국제공항에서 채무자를 납치했던 채권자가 종신형 선고 직전까지 갔지만, 케이스를 인계 받아 3년형 정도로 마무리지은 케이스”를 가장 인상적인 케이스로 꼽았다.
“법 체계를 전혀 몰라 크게 혼란스러워 하거나, 변호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 하고, 청소년 법정에 나온 부모들은 자식이 실제로 나쁜 짓을 저질렀느냐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빼내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 배 변호사가 맡은 한인 케이스들의 특징이다. 관선변호사 연봉은 6만달러 정도에서 시작해 최대 12만달러까지 오른다고 한다.
배 변호사는 “평균적으로 보자면 경험 많은 관선변호사들이 일반 변호사들보다 나을 수 있다”면서 “관선변호사 대부분이 돈보다는 사명을 택한 만큼 피고가 정당한 법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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