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안주려고 억지퇴거 유도
공청회 참석 건물주와 맞서기도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영 박씨. 작년에 이사온 박씨는 또다른 아파트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2월초 건물주인이 ‘아파트를 콘도로 변경한다’는 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당시 거주했던 아파트가 콘도로 개발되는 바람에 원치 않는 이주를 했는데, 1년만에 똑같은 일을 당하니 한숨만 나온다.
부동산 경기의 호조로 아파트를 콘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입주자들이 갈곳을 잃고 있다. LA시 개발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의 콘도 전환 승인 건수는 2001년 53유닛에서 2005년 1025유닛으로 4년 사이 20배정도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1∼4월 사이에만 899유닛의 용도변경이 승인됐다. 한인타운(4·10지구)의 경우 5월2일 현재 용도변경이 진행중인 아파트 유닛이 200개에 가깝다.
이지경이 되니 하루아침에 정든 집을 떠나야 하는 소시민들의 고충이 늘고 있고, 건물주와의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박씨는 “이전 아파트는 건물주가 알리지도 않고 법에 따른 이주비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법에 따르면 건물주는 퇴거 입주자에게 개인 당 2,700여 달러, 가족 당 9,600여 달러의 이주 보조금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용도변경 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보상을 해주면 되기 때문에, 변경 기간에 입주자의 자진퇴거를 유도하기 위해 건물주가 갖은 수단과 방법을 쓴다는 게 입주자들의 주장이다.
박씨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명준씨는 “에어컨 작동이 안 돼 신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고, 매니저도 오후에는 거의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최근 렌트를 9.9%씩 올리고, 빈 유닛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해 주거환경이 최악”이라고 하소연 했다. 결국 이 아파트 주민 절반 정도가 치솟는 렌트비와 나쁜 환경을 못 버티고 이사를 나갔다.
일부 주민들은 건물주가 깜쪽같이 속였다며 콘도 전환 신청의 필수 절차인 한인타운 관할 윌셔 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승인 공청회에 출석해 전환 반대 시위까지 벼르고 있다.
LA시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달 세 차례의 콘도 개발 현황 파악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건물주의 재산권 행사와 주민의 주거권 사이에서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LA시의회 10지구 허브 웨슨 의원도 “쫓겨나게 된 입주자의 권리와 건물주의 권리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느냐”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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