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라 한국에서 혼혈놀림 당했지만
아버지 나라 미국에서 태권보급 모국사랑
튀기 짬뽕 비빔밥…. 한국에서, 앞다퉈 보살펴줘도 왠지 어깨가 처질 수밖에 없는 혼혈인을 놀려대는 용어는 그밖에도 많았다. 미8군에 복무하던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잔 켈러허 소년은 천만다행, 언뜻 봐서는 영락없는 한국인 생김새라 대놓고 놀림을 당한 적은 드물었다. 학교도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 학교를 다녀 놀리는 아이들 틈에 섞일 확률도 다른 인순이들이나 윤수일들 함중아들보다 조금은 적었다.
그러나 아홉살이 된 1970년, 태권도를 배우려고 집(서울 오류동 ) 근처 창무관도장을 찾았을 때, 또래들이 알 때 알더라도 일단 미국식 이름이라도 감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입관원서에 어머니가 자신의 성을 따 써넣은 이름은 김잔.
골격 좋고 재능 많은 김잔 소년은 그렇게도 흘려보고픈 태권땀을 마음껏 흘릴 수 있었다. 또 거기서 친동생처럼 아껴준 스승 같은 선배(백행기, 현 밀브레 블랙벨트 태권도장 관장)를 만난 것도 큰 복이었다. 그 인연은 북가주까지 이어져 지금도 친형제 이상 태권우정을 나눠왔다.
태어난 한국에서는 놀림감이 안되려고 잔 켈러허-김잔 이중이름을 써야 했던 그가 1977년 아버지나라 미국에 온 뒤로로 태권수련을 계속하더니 이제 손익은 건축관련 본업까지 접고 대한민국 특산품 태권도를 보급하며 ‘코리아 세일즈’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태권도6단 합기도5단인 그는 지난 2월 피놀에 도장을 연 뒤 석달여만에 백인 인도계 중국계 히스패닉계 등 주로 타커뮤니티 제자들 60여명에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걸어놓고 한국말 고함을 질러가며 한국무도의 기와 예를 불어넣는다. 제자들 가운데는 지난달 27일 본보에 소개된 오클랜드경찰국 태권여경 레이철 반 슬라텐 사전트의 오빠(앤드류 릭트)와 올케(낸시 릭트)도 있다. 동생보다 몇년 늦었지만 동생과 마찬가지로 이웃아저씨였던 UC버클리 국제무도연구소 민경호 박사의 권유로 1985년 태권도에 입문한 앤드류 릭트 씨는 온갖 동양무술에 심취돼 합기도3단 심사를 보기 위해 지난 5일부터 1주일 예정으로 한국을 방문중이다.
합기도6단 심사를 위해 그와 동행한 켈러허 관장은 말한다. “아이들(13세 딸 캐서린, 10세 딸 엘리자벳, 6세 아들 잔 주니어)을 도장에 보냈는데 좀 그래서 이 참에 내가 해보자고 마음먹고는 될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도장에 나오면 무술도 배우지만 태도가 절도있게 변하고 하니까 부모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태권보급 새생활에 만족을 표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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