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타운서 먹고 자고 일해

7, 8년전 커뮤니티 형성
식당·공장 등서 구슬땀
생김새·정서 등 비슷
“한인들은 형제” 호감

유럽을 정벌했던 아시아의 대제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몰려온다. 얼굴 생김새가 유사해 언뜻 구별이 안되는 이들이 타운 곳곳에서 함께 호흡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징기스칸 탄생 800주년을 맞아 요즘 몽골에서는 그를 재조명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벌어진다. 주차장에서, 식당에서, 공장에서 항상 마주치는 이들이 지난주말 전통 축제인 ‘나담 페스티벌’을 위해 웨스트 LA에 모였다.

■한인은 형제
한인타운의 모 식당 주차장은 몽골인들이 책임진다. 밸릿 파킹을 몽골인들에게 맡기는 한인업소들이 늘어난 것. 생김새가 비슷해 언뜻 보면 한인들 같아 더욱 친숙하다.
LA몽골 커뮤니티는 7∼8년 전부터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현재 300여명의 몽골인들이 한인사회에 스며들어 살고 있다. 대부분이 한인타운에서 거주하는 것은 물론 직장까지 식당, 메신저 서비스, 공장 등 한인 업소에서 찾고 있다. 모임 장소로 한인 불교 사찰을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몽골 정부는 LA한인들을 명예 영사로 임명해 자국민들 권익 옹호란 중대임무를 맡기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LA몽골인협회의 바야사 미치도치 이사는 “한인은 형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몽골인들은 한인들이 엉덩이에 가지고 태어나는 ‘반점’은 “같은 뿌리를 증명하는 것”이며, 몽골어에서 전래된 단어들 또한 한국어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면 산 위에서 소리치는 “야호!”는 몽골어의 “가느냐?”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란 것이다. 한국 학자들도 부정하지 않는 주장들이다.
몽골인들은 한인사회의 경제력 성장을 부러워한다. 바야사 이사는 “한인들로부터 배울 것이 너무 많다”며 더 긴밀한 유대관계를 희망했다.
한편 몽골인을 체용하고 있는 한인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은 이들을 긍정적으로 본다. 단숨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하는 우리네의 “빨리빨리” 정서를 다른 어떤 민족보다 잘 이해한다는 것이다. 한 자영업자는 “어떤 때는 집단 고집처럼 비춰질 정도로 단결력이 강하다”고 이들을 평가하기도 했다.
■징기스칸의 추억
몽골인들의 징기스칸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9일 세비옷 힐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열린 ‘징기스칸 건국 800주년 기념 행사-나담 페스티벌’에는 LA지역에 거주하는 몽골인 인구 1,000여명 중 3분의1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주최측은 귀뜀한다.
이날 이들은 기마부대를 이용한 속전속결의 전술로 건설된 몽골제국의 후예답게 활쏘기, 씨름 같은 전투력과 이어지는 전통 게임을 즐겼다. 이날 행사에는 말타기만 생략됐다. 행사 참가자들에 따르면 일상 생활 용품에서 호텔 이름 등 모든 상품과 사업체에 징기스칸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데가 없다. 언제나 가장 위대한 영웅이었던 징기스칸 테무진은 영원히 몽골의 아버지였고 그에 대한 숭배는 몽골이 지구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몽고는 잘못된 표현
몽골의 뜻은 “세상의 진짜 중심”이란 것이 몽골인들의 설명이다. 징기스칸 이전부터 사용한 몽골 고유 부족 명칭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한-몽골 국교 수립 전 사용되던 몽고라는 표현은 중국인들이 몽골인들을 비하해 부르는 이름으로 잘못된 것이란 설명.

<김경원 기자>





징기스칸 탄생 800주년 기념 축제에 참석한 몽골 여성들이 화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위). 공원에 모인 몽골인들이 전통 놀이인 활쏘기를 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