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 보도와 주류사회 정치인들의 노골적 비하 발언에 기분이 상하고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윌셔경찰서 후원회의 한인관계자는 지난 6일 윌리엄 브래튼 LA경찰국장이 월례 정기 언론 간담회 도중 대포동 2호 발사 관련보도를 언급하며, “미국에 위협을 줄만한 미사일 기술이 북한에 없다고 들었다”며 “쿠쿠(Cuckoo)들이 하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에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얼간이’ 또는 ‘미친 사람’으로 북한이 비유된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한 1.5세 한인은 “항의전화라도 하고 싶었지만 북한 편을 드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며 “뭐라고 나서 말하기도 난처하고, 가만히 있자니 동족이란 이유로 싸잡아 무시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한인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 한인 동창들 중 비슷한 감정을 가진 친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LA카운티정부에서 일하는 한 한인 공무원은 연일 동료들이 북한 미사일을 잡담 주제로 삼는데 불편함까지 느낀다.
성이 김씨인 이 한인은 동료들이 김정일을 ‘크레이지 김’이라고 부르며 “너와 인척관계가 아니냐”는 농담을 할 때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넘어 신경질까지 난다고 했다.
지난 주말에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민주당 후보 필 앤젤리데스가 아놀드 슈워제네거 가주지사를 “김정일과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가 공화당내 한인 인사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가주지사를 폭군 김정일에 비유한 부적절함이 항의 이유였지만, 그 내막에는 북한이 거론되는 사실에서 오는 불쾌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
대북 문제에서만은 초강경보수 여론이 대세인 LA한인사회에서 북한을 욕하고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주류사회 정서 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한인들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력 비난하면서도 북한이 욕을 얻어먹는 사실에 기분이 상하는 까닭을 꼭 집어내지 못하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다른 북한 문제에 대한 평가는 활발히 내놓던 한인 전문가들조차도 이런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인들의 분위기에 대해 주류사회 인사가 이색적 해석을 내놓았다.
아시아 재단(Asia Foundation)의 스캇 스나이더는 지난 9일자 보도된 USA투데이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김정일을 빈둥빈둥 거리고 놀며 남의 등을 치는 친척 아저씨(deadbeat uncle) 정도로
여기고 있다”며 “다들 그에 대한 비판이 사실인 것을 알지만 외부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으로 갈려져 있지만 결국 동일 민족이며, 팔이 안으로 굽듯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분단돼 있어도 남한과 북한은 하나의 공동체란 주류사회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김경원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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