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까지 설치 직원들 ‘술렁’
도로에서, 빌딩에서… 사생활 무방비
LA 한인타운의 K 회계사무소. 가족 같은 분위기였던 이 곳에 긴장이 찾아온 것은 불과 몇 달 전이다. 직원들의 근무기강을 강조하는 지침에 이어서 등장한 감시카메라 때문이다.
직원들은 특별히 훔쳐갈 귀중품을 보관하지 않는 회계사무소에 등장한 감시카메라로 인해 불쾌한 심기를 애써 억누르고 있는 형편이다.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빅 브라더’(Big Brother) 사회에 대한 공포가 LA 한인사회에도 퍼져가고 있다. 소매점과 홀세일 업소에서 도난방지를 위해 설치되던 감시카메라들이 이제는 화이트칼러, 개인의 은밀한 생활까지 감시하기 위해 속속 설치되고 있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LA와 오렌지카운티 등에서 이를 판매하는 업소는 30여개에 달한다. 대형 업소부터 한국의 감시 장비를 지인을 통해 들여와 판매하는 소규모 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감시카메라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여전히 소매점과 홀세일 마트. 관리자 홀로 일일이 도난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감시카메라는 도난방지용으로 유용하다. 히스패닉 등 일부 타인종 직원들도 도난의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이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감시카메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체의 관계자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을 둔 한인 여성들이 남편과 종업원의 불륜을 의심해서 감시카메라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개인의 은밀한 생활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부에서는 영상 이외에도 법으로 금지한 음성녹음까지 자행하고 있다. 주로 소규모 영세업체를 통해 판매되는 음성녹음이 가능한 감시카메라는 개인의 사생활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는 불법으로 불륜 등을 적발했다 하더라도 법정에서 법적 효력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은밀한 엿보기’를 자행하고픈 한인들의 은밀한 욕망은 불법도 부추기고 있다.
한인 직장인들은 모든 영역에 파고 든 감시카메라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일부 화이트칼러 업종에서는 중요한 정보가 담긴 컴퓨터 도난 등을 겪은 후 어쩔 수 없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달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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