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의 전력공급을 관장하는 ISO의 트레이시 빕 디렉터가 LA 지역 전력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주민·시의회 “정전사태 전력국 뭐했나”
전력공급 당국“무분별 전력사용이 원인”
시의회, 대책보고서 요구 첫 비상결의안
잇단 정전사태에 대한 원인을 두고 전력 공급 당국과 시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전력 공급 당국은 에어컨 사용이 몰리는 시간대의 무분별한 전력 사용이 정전사태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반면 시민들은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현상이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해마다 발생하는 실정을 무시한 당국의 부족한 준비자세를 원인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기록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5일 LA수도전력국 고위층은 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제한적 정전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론 디튼 국장은 “천연재해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에는 책임이 없다”며 “이번 정전 발생은 폭염으로 인한 전력 사용 급증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가주전력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캘리포니아 전력관리국(ISO) 측도 “전력 수요가 오후 2∼4시 갑자기 급증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며 “절전을 통해 위기를 넘기자”고 밝혔다.
이런 당국의 주장에 대해 시민들은 짜증스런 반응이다.
지난 1996년 이후 매년 여름마다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당국이 발전, 송전 시설 등 대형 인프라는 고사하고 동네 전압기 용량조차 늘리지 않는 느슨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과 정전사태와 직결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LA시의회가 전력 공급 중단 사태를 초래한 수도전력국(DWP)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LA시의회는 25일 수도전력국에 대해 미래 전력 중단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보고서로 작성, 제출토록하는 ‘비상결의안’을 통과시켰다. LA시의회가 수도전력국에 대해 이 같은 보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의회 관계자들은 해마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LA시의회는 또한 시 정부에 대해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중단토록 요청하는 한편 주민들에게 과도한 전력 사용을 줄여줄 것도 요청했다.
이날 시의회 본회의를 찾은 시민들은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절전을 하려고 하지만 너무 더우니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다”며 “전력 공급 시스템 문제는 말하지 않고 소비 증가만 자꾸 언급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고 불평했다.
식품 도매상을 운영하는 한 중국인 업주는 “냉장고에 쌓아둔 50여만달러어치의 물건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질 위기에 놓였다”며 “자가 발전시설이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당국에 따르면 LA지역의 전력 공급 시스템의 대부분은 1920∼30년대 설치된 것이며, 예산 사정 때문에 업그레이드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경원·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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