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물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한국에서는 여기저기 홍수가 나서 난리라는데, 난 이렇게 물이 만드는 장관을 보고 감탄을 하는 것이 어쩐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이아가라에 도착하기전에 시카고나 미시간에서 본 호수들은 호수라기보다 바다였다. 끝도 없이 펼쳐진 호수를 보고 호수라는 단어가 입에서 안나오고 자꾸만 바다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누가 그러는데 우리나라를 저 호수에 퐁당 빠뜨리면 빠진다고 한다. 정말일까. 은근히 기분이 나빠질려고 한다. 나중에 지도를 가지고 재봐야겠다.
그 큰 호수의 어느 한 부분에서 큰 폭포를 만들고 있다. 폭도 넓고 떨어지는 길이도 길다. 물떨어지는 소리도 엄청나다. 떨어지는 물이 물보라를 만들고 햇볕에 반사된 물보라가 무지개를 만든다. 그림 같은 장관이다. 이 폭포를 보자고 미국땅에서 캐나다 땅까지 건너왔다. 저쪽에서 어느만큼이 미국 물이고 어느만큼이 캐나다 물일까 하는 실 없는 생각을 하며 멍 하니 쳐다보다가, 배를 타러 갔다. 배를 타고 폭포 바로 앞에까지 간다고 한다. 배에 타기 전에 우비를 나누어 준다. 모두 똑 같은 파란 우비를 뒤집어썼다. 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출발을 한다. 저 앞까지 가면 어떤 기분이 될까 마음이 설랜다.
저 멀리 보이던 폭포가 앞으로 앞으로 다가선다. 점점 앞으로 앞으로. 물보라가 눈 앞에 떨어지고 멀리 보이던 무지개도 물보라 속에 들어가자 없어져 버렸다. 금방이라도 나를 덮칠것 같은 물줄기가 눈 앞에서 떨어지고, 그로인해 만들어진 바람에 입은 우비정도는 그냥 벗겨버릴것만 같다. 롤로코스터를 타는 것도 아닌데 폭포앞에 잠시 서 있는 몇분이 몇십분 같이 느껴진다. 두려운 생각마져 드는 것 같다.
물보라에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데 어느 덧 배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바로 손에 잡힐 것 같던 폭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이제 평온해진 바람과 다시 따스해진 햇살이 반갑다. 멀어지는 물보라는 다시 무지개를 만들고 있다. 어찌보면 가까이 다가섰을 떄 보다 이리 멀리 떨어지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도 같다.
나이아가라를 떠나 뉴욕으로 왔다. 이제 나의 긴 여행도 반환점을 돌고 있다. 나는 지금 여행의 물보라 한 가운데 서 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돌아가면, 마치 폭포앞을 지나온 배를 타고 멀어지는 것 처럼 아쉬운 마음도 있겠지만, 피곤한 몸을 쉬며 평온해진 마음으로 찍어온 사진과 기념품들을 보며 지난 여행을 더 아름답게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인생의 많은 일들이 폭포앞을 지나는 배타는 일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즐거운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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