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피드로 앤젤레스게이트 공원의 우정의 종각 전경. <서준영 기자>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 부실 보수공사(본보 1일자 A1면)를 들여다보면 관할 한국 공관들의 책임 떠넘기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거액의 정부 예산을 LA시공원관리국(이하 관리국)에 헌납(?)하고도 공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조차 신경을 쓰지 않아 혈세를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까지 받게됐다.
한국정부는 우정의 종각 보수를 위해 한국관광기금에서 2억원(당시 15만달러)을 조성해 2004년 11월 우정의 종각을 관리하는 LA시공원관리국에 기부 형태로 전달했다. 당시 기금 전달에는 LA한국 문화원과 예산 조성 통로 역할을 했던 LA관광공사, 시공원관리국 관계자들이 동석했다.
한 공관 관계자는 “보수 공사에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세부 사용계획이 첨부된 협정서를 세 기관 입회하에 작성했다”며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전체 70% 가량은 우정의 종각 보수 공사에, 나머지는 안내 센터 개축 등 기타 목적에 쓰기로 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집행은 협정서에 담긴 내용과 많이 달랐다. 관리국은 12만달러나 써가며 보수 작업을 끝냈다고 하지만 쇠고리가 누렇게 부식된 채 그대로 방치되는등 공사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일부에서는 공원 관리국이 돈을 받고서는 보수 공사가 아닌 엔젤레스 공원 관리비로 전용한 것 같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그러나 문화원과 관광공사는 집행한 내역에 대해서는 “기부금으로 주었기 때문에 우리 알 바 아니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문화원은 “형식적으로는 우리 관할이지만 예산은 관광공사를 통해 조성돼 예산 집행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대해 관광공사는 “돈만 전해주었을뿐 공사 관리는 이제껏 해온 대로 문화원이 맡아야 하는 것이므로 그쪽이 잘 알고 있으니 그쪽에 문의해라”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양측의 떠넘기기는 공원 관리국이 보수공사에 12만달러를 쓰고 남은 3만달러의 사용처를 LA 한국관광공사에 문의해오면서 재현됐었다. 관광공사는 문화원에 연락해 “지원을 추진한 쪽은 문화원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고, 문화원은 “관광공사 예산이니 끝까지 마무리를 지어라”고 맞섰다.
결국 문화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잉여 예산을 넘겨받아 안내 센터 개축과 전자식 조류방충시설 설치, 종각 보수 작업에 사용했다.
이에 대해 문화원의 이대우 담당자는 “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국에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제대로 보수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자칫 이런 문제로 외교적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어 이래저래 우리도 답답하다”며 하소연 하듯 말했다.
한편 우정의 종각은 한국 정부가 한미 우정의 상징으로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은 지난 1974년 미국에 보낸 것으로 현재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LA최남단 샌피드로 앤젤레스게이트 공원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해풍이 워낙 거세고 관리가 부실해 지속적 보수 및 관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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