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을 방문한 세계적 셀파인 아파(오른쪽)를 등정 동반자였던 김명준씨가 환영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에베레스트 정복, 그대가 없었더라면…”
김명준씨 최고령 등정때
죽을 고비 함께한‘셀파’
한인산악회 초청 LA입국
동심을 먹은 듯한 큰 눈에 키 160㎝, 몸무게 59㎏의 외모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되돌아온 이의 체취가 풍기지 않았다. 에베레스트를 16차례나 정복한 세계적인 셀파인 그는 “신이 나에게 이제까지 행운을 빌어준 덕택”이란 말로 죽음의 경계에서 매번 살아 돌아왔다는 겸손한 말을 내비칠 뿐이다.
세계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의 보유자인 네팔인 셀파 아파(46)가 4일 재미한인산악회(회장 배대관)의 초청으로 LA 한인타운을 찾았다. 김명준씨의 한인 최고령 세계 7대륙 최정상의 기록에 방점을 찍도록 도와 준 아파는 김씨와 LA 국제공항에서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산악인의 우의를 과시했다.
셀파를 천직으로 삼은 지 벌써 18년. 열두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의 생계를 떠맡았던 아파는 1989년 셀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셀파를 시작하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모든 사람이 매일 떠드는 에베레스트를 한 번쯤 꼭 올라야겠다”는 호기심이 에베레스트와 인연을 맺게 해줬다고 털어놓았다.
셀파를 시작한 후 1996년을 제외하고 매년 한, 두 차례 에베레스트를 오른 아파는 “이제는 정상으로 가는 길이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여전히 짐을 꾸리고 산을 오를 때면 ‘이번에 못 돌아올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한다”며 얼음 덩어리 낙하와 눈사태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에베레스트 등산의 어려움을 말했다.
김명준씨와 함께 한 에베레스트 등반은 무사고 경험의 아파에게 큰 아픔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등정에서 셀파로 따라나선 여동생 딸의 남편이 사망하는 불상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등산을 극구 말리는 부인 니마 양진(44)씨의 성화는 더욱 거세어지고 있다.
아파가 유일하게 에베레스트 등정을 쉰 1996년은 에베레스트에서 산악인 10여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있던 해다. 아파는 “부인 덕택에 지금도 살아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인이 두 차례나 등산을 함께 했던 로프 홀과 또 다시 아파가 에베레스트에 오른다고 하자 3번째는 왠지 불길하다며 극구 등산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양진씨는 아파의 등산이 없는 지금도 매일 아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아파가 위험을 무릅쓰고 산을 오르는 것은 “자부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파는 “전문 셀파로서 많은 돈을 내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고 세계 최다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 보유자란 자부심”이 등산을 포기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파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이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내가 옆에 있어서 말못하겠다”고 웃어 제쳐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위대한 산악인’도 부인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줬다.
인터뷰 내내 아파가 숨긴 유일한 비밀은 세계 1급 셀파가 받는 등정비용. 아파는 에베레스트 등정비용을 알아야 도전해 볼 것 아니냐는 기자의 사정에도 “지금부터 먼저 운동을 하라”며 웃음으로 다독였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 아파는 보행이 등산을 위한 최고의 자산이라고 한인들에게 추천해 줬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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