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독 영화 ‘다세포 소녀’로 획일화된 단세포 세상에 맞서다
편견과 고정관념이 판을 치는 실제 세상, 원조교제와 프리섹스가 아무렇지도 않다. 영화의 주무대인 무쓸모 고교의 선생님은 SM을 은연중에 즐긴다. 성병에 걸렸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학생들에게 말한다. 입양아, 트랜스젠더, 외눈박이 왕따, 이성복장 도착증 환자까지 사회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마이너리티 캐릭터가 총출동해 각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
마치 그것이 현 세상의 일상적인 인간사인 양 도치됐다. 적어도 영화속에서는.
’정사’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등 산뜻한 비주얼에 감각적인 묘사로 각광받아온 이재용 감독(40)의 새 영화는 ‘다세포 소녀’(영화 세상 제작)다. 마흔살의 나이에도 재기발랄한 10대들의, 그것도 주류 10대가 아닌 비주류 10대들의 모습을 파스텔 톤의 깜찍함으로 채색했다. 무거운 소재를 10대 들이 향유하는 노래방, 문어체 말투, 디카문화 등 다양한 방식의 표현기법으로 부담없이 즐길수 있게 내놓았다.
이 감독의 인터뷰는 삼청동 ‘진선북카페’서 이뤄졌다. ‘만화책처럼 부담없이 즐기라’는 감독의 이야기가 영화잡지에 소개되는 영화의 한줄 평처럼 들려왔다.
신인 캐스팅, 기존 스타들은 자신의 이미지 망가지는 걸 생각해서 망설이더라
’얼짱 스타’로 급부상중인 ‘흔들녀’ 김옥빈이 그나마 관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연기자. 박진우, 이켠, 유건, 박혜원, 이은성 등 모두가 신인 연기자들이다. 시나리오를 본 몇몇 기성 스타들은 나중에 이미지 망가지거나 광고 출연문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저하더군요. 결국 지금의 좋은 신인연기자들을 쓰게 됐는데 오히려 잘 된 것 같네요. 어차피 저역시도 새로운 시도고 새술은 새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만들었죠.
신인이라 좋은 점도 물론 있다. 일단 무조건 열심인데다 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힘에 부쳐도 마음껏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더라는 것이다.
소수가 즐기는 영화가 되길 원하진 않아
15세 이상 관람가의 작품이 된 것은 이 영화가 소수의 팬들이 열광하는 그런 마니아적 영화가 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8세 이상이었다면 훨씬 유치해지고 이야기 톤이 세질수 있는 부분이 분명있다. 혼자보고는 낄낄거리면서 웃길수 있는데 여럿이 보면 안웃길것 같은 부분들이 걸러지니까 오히려 대중화 됐다는 얘기다.
우리에게는 은연중에 여러가지 편견이 있어요. 하지만 누구나 내면속에는 겉으로 다 표현 못한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령 제가 배우 이재용 씨를 1인 다역으로 쓴 이유나 교가를 다양하게 부르는 장면, 그런 다양성의 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거죠.
이재용 감독=이감독(?), 본능에 충실하기 위해
이 감독은 감독의 크레딧을 ‘감독 이감독’이라는 익살스런 표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본능에 충실한 영화를 보여주고 ?좇?마음에 감히 용감하게 익명처럼 사용해 봤죠. 그런 욕망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으로서 ‘이감독’이라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다시 ‘이재용 감독’으로 돌아와 마무리 하는 것처럼 정리했어요. 한바탕 질펀한 이야기꾼으로 변신해본 겁니다.
’이감독’은 일종의 채팅 대화명이라는 얘기다. 대화명을 통해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내재돼 있던 내면의 또 다른 욕망과 상상력과 크리에이티브를 맘껏 발산해보고자 했던 의도가 담긴 것.
이 감독은 음지문화를 너무 민망하지 않게 즐길 정도의 영화가 나온것 같아 다행이라면서 30~40대 들이 오히려 인디 하위 언더 문화 들과 자연스럽게 접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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