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민타자’ 이승엽(29·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에서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도 날리더니 참 대단한 선수다. 당연히 다음은 메이저리그다.
전통의 명문 뉴욕 양키스가 이승엽에 관심을 보인다는 설이 있다. 사실 ‘돈’ 하면 양키스로 정작 양키스가 원해서 안 되는 일은 월드시리즈에서 매년 우승하는 것 빼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양키스가 원한다면 이승엽은 결국 양키스의 줄친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제발 양키스에는 안 갔으면 좋겠다. 뉴욕은 언론의 ‘독설’과 극성 팬들의 관심이 무시무시한 곳으로 양키 스테디엄이 ‘브롱스 동물원’(Bronx Zoo)으로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서재응이 뉴욕 메츠에서 뛴 적이 있지만 양키스는 또 차원이 다르다. LA 다저스에서 “100만달러밖에” 오퍼를 안 해 자존심이 상했다는 마음 여린 사람이 갈 데가 아니다.
‘한국의 영웅’ 이승엽이 양키스로 가 조금이라도 헤맬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팀의 간판타자여야 하는 1루수가 일본 리그에 가서처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면 한국 언론의 특성상 연일 ‘이승엽 때리기’ ‘이승엽 죽이기’식의 기사가 쏟아질 텐데 금새 ‘반미’감정이 두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양키스로 가서 망가지는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닌데 말이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선발투수로 나섰던 케니 로저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도 지난 95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프리에이전트로 풀린 뒤 돈 따라 양키스로 갔다가 완전히 망가졌던 투수다. “네 아빠 때문에 우리 팀이 못한다”며 못살게 구는 아이들 등살에 자녀들이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 큰 돈 받고 입단했던 선수가 트레이드를 요구해 팀을 떠난 전설의 구단이 바로 양키스다.
하지만 이승엽의 가족에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FIFA 웹사이트가 그리 됐던 것처럼 양키스는 물론 메이저리그 웹사이트가 셧다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본인 투수 히데키 이라부가 몸값을 못하자 공개적으로 “뚱보 두꺼비”(fat toad)라고 부르며 버럭 화를 냈던 사람이 바로 양키스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러너다. 돈을 많이 주는 대신 프레셔도 엄청나게 준다. 입도 험하다. 기자회견 도중 의견이 엇갈려 빌리 마틴 감독을 해고했던 적도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성적을 막론하고 이승엽을 향해 그런 욕을 했다가는 한국 어디선가 촛불시위가 벌어진다.
‘2억5,000만달러의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양키스로 간 후로는 야유 대상이며 ‘빅유닛’ 랜디 잔슨도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프레셔를 느끼는 듯 예전 같지 않다. 성적이 들쭉날쭉하다. 하지만 마냥 피해자인 듯 신음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뉴욕 양키스는 ‘유명세’를 치를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안 됐으면 가지 말아야 하는 곳이다.
이규태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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