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이겼나
테러공포 여전·이슬람권 반발
‘이라크서 얼마나 더 희생’ 회의론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전격적으로 선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가공할 테러가 발생한지 하루만인 2001년 9월12일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센터와 국방부등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9.11 테러의 배후세력을 생사불문하고 잡아들일 것이며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뒷바라지를 하는 비호국에 대해서도 단호한 응징을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후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미국은 더욱 안전해졌는가. 지난 5년간 미국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9.11 사태 이후 5년만에 뽑아본 대테러전의 손익계산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2001년 10월7일 미국이 9.11테러의 몸통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의 활동거점인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빈 라덴을 파키스탄의 험준한 산악지대로 몰아내고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는데 성공한 미국은 이어 2003년 3월, 대량살상무기(WMD)를 이슬람 테러세력에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쫓아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의 대테러전 구상이 거의 ‘시나리오’대로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온 테러전의 성과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미국민은 여전히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미국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의 음모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테러전은 잘못됐고, 이길 가능성도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양 갈래로 갈리고 있다. 대테러전의 지지자들은 빈 라덴의 인기가 5년전보다 떨어졌고 알 카에다의 주요 지도자들 가운데 80%이상이 검거되거나 숨졌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민주주의의 싹이 돋아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유럽에서 약 250명, 남아시아에서 4,000-5,000명, 이라크 등 중동에서 2만여 명이 테러와 관련해 숨진데 비해 미국을 포함한 북미 3개국의 테러 희생자수가 고작 8명에 불과했던 것 역시 부시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테러와의 전쟁이 지닌 예방효과 때문이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알 카에다가 여객기를 납치해 미국의 심장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확산을 거듭한 대테러전으로 이슬람권의 반미감정을 증폭시켰다고 반박한다.
우선 인명피해가 만만치 않다.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이 2,700명에 육박하는 등 9.11테러 희생자의 수를 이미 추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총체적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다.
9.11 테러이후 5년이 지났지만 대테러전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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