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로칼 = local 이라는 게 있다. 이는 대도시 또는 타지방과 대조적인 개념으로 이 고장/지역이라는 뜻이다. 장소 = locus 라는 의미의 라틴말 locus 에서 유래하는 local 은 내 시야에 들어오는 정도의 생활 공간을 시사한다.
좋게 보면 본고장 사람들의 긍지와 애향심을 함축하는 말이라 하겠고, 좀 나쁘게 풀이한다면 타지방사람 (말리히니 = malihini), 특히 이른바 하올레에* 대한 배타적인 뜻이담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haole. 여기서 ha 는 정/정기라는 뜻.그러니까 haole 는 정/정기가 있다는 aloha 의 반의어, 즉 정/정기가 없다는 표현이다).
1932년 호놀루루에서는 엄청난 강간 사건이 터졌었다. 하와이언 한 사람을 포함한 동양계 5 인이 범인으로 찍혀서 재판을 받았는데, 보도된 바로 이들은 와이키키어디 으슥한 데서 술 한 잔 하고 지나가는 어느 해군장교의 아내를 겁탈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백인은 왜정시대 한국내 일본인처럼 위세가 당당하여 백인여자가 비백인(게다가 여인 하나 대 지방인 다섯)에게 강간당한 사건은 미국 전역에 톱기사로 태평양군사령관, 주지사, 대통령까지 관여할 만큼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와이에 주둔해 있던 백인계 군인들은 작당해서 범인으로 지목된 5 인중 한 사람(하와이언)을 린치살해했다.
그러나 그들은 체포도, 재판도 없이 풀려나고 강간범 다섯 명만 중형에 처해질 참이었다. 이때 의리있는 강력 변호사 몇 사람이 무보수로 범인변호에 나섰다. 변호인단은 아무리 봐도 그럴 수 없는 사건이고 범행을 입증할 물적 증거나 증인이 전혀 없었다.
집요한 조사 끝에 그들은 보도된 사건이 완전히 ‘로칼’인을 음해하려는 조작극이었음이 들어났다. 이로써 하마터면 중형내지 사형을 받을 뻔 했던 이 고장 사람들이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다.
주제를 바꾸어, local 이란 말은 그 당시 여러 인종/문화가 섞인 하와이 본고장인들과 타지인을 쉽게 구분하는 말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형용사)와 잘 어울리는 문구로는 local color (지방 색), local community (지역 사회), local government (지방 자치정부) 등이 있다. 편협, 방언, 지방근성, 지방 제일주의 등등으로 번역되는 localism 은 오늘날 일상용어가 된 소위 globalism(세계화)과 대조적인 개념이다. 즉 이제 로칼리즘은 위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벗어나서 글로벌리즘은 로칼리즘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떳떳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고려한방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