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 1톤과 지푸라기 1톤은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대표적인 속임수 질문(trick question)이다. 언뜻 보면 강철이 무거울 것 같지만 정답은 “똑같다”이다. 지푸라기도 모이면 강철과 똑같은 무게를 갖게 된다.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 또는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린 지푸라기”(the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솜털같이 가벼운 지푸라기도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튼튼하기 짝이 없는 낙타의 등뼈까지 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마크 폴리(공·플로리다) 연방하원의원 섹스 스캔들이 낙타가 아니라 공화당의 상징 코끼리 등뼈를 부러뜨릴 악재로 커지고 있다. 폴리 의원은 문제가 커지자 의원직을 사임했지만 데니스 해스터트 연방 하원의장까지 이 문제를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으며 공화당 전체가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연방 상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놓아야 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스캔들이 터진 후 실시된 월스트릿 저널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48대39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45대38로 현직 의원이 아닌 새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응답했는데 9월초에는 반반이었다.
최대 현안인 이라크 전과 관련해서는 부시의 호소에도 불구, 57대37로 이라크에서의 성공은 테러와의 전쟁과 무관하며 61대29의 비율로 현재 이라크는 내전 중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공화당원들도 47대39로 이에 동의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시의 낮은 인기를 감안, 이번 선거 이슈를 지역화 하려고 애썼음에도 이는 먹혀 들어가지 않고 있다. 유권자의 3분의2가 이번 선거는 부시 행정부 정책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4월 절반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유권자의 39%는 부시에게 반대, 28%는 지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런 유권자의 반응이 무리가 아닌 것이 지난 수년간을 돌이켜 보면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잘 한 일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계속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이라크는 말할 것도 없고 카트리나 늑장 대응에 로비스트 아브라모프 스캔들, 당내 실력자 딜레이 원내총무 스캔들, 부통령 비서실장 리비 스캔들, 그리고 이번 폴리 스캔들 등 돈과 성 관련 스캔들만 내리 터졌다. 이번 폴리 사건만 해도 딴 때 같으면 지역 이슈로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는데도 공화당에 대한 염증이 퍼져 있는 분위기 때문에 전국적인 문제로 비화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100년간 미국 역사를 보면 한 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을 때는 대체로 뒤가 좋지 않게 끝났다. 1920년대 공화당이 입법·행정부를 독식하고 있던 시절 미 정계는 티팟 돔을 비롯한 온갖 스캔들에 시달렸고 경제는 대공황으로 막을 내렸다. 1970년대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과 대통령 자리를 장악했던 시절 미국은 두 자리 숫자의 인플레와 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반면 80년대 들어 의회는 민주당, 행정부는 공화당이 차지하자 경기는 회복되고 미국의 위상은 높아졌다. 90년대도 중반 이후 의회는 공화당, 행정부는 민주당이 나눠 가지면서 사상 유례없는 호경기를 누렸다.
우연의 일치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 당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을 때는 상호 견제가 어려워지고 부패의 싹이 트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부시 취임 후 의회가 수많은 예산 낭비성 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부시는 단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다가 엉뚱한 줄기세포 지원 법안에 대해서만 이를 행사했다.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견제와 균형’을 정부 운영의 기본 원리로 삼았다. 미 국민들은 지난 6년간 이것이 깨질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봐 왔다. 이번 중간선거는 아무래도 깨진 균형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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