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료기자의 추천으로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나오는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집에서 감상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야기될 수 있는 재앙을 슬라이드와 차트를 이용해 관객들 앞에서 강의하는 그야말로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교육용 영화였지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패배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그의 연설에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얼마나 앨 고어가 달변가인지 알게 되고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이 영화는 인류가 현재 시한폭탄 위에 놓여 있다고 고발한다. 만약 과학자들의 가설이 적중한다면 10여년 내 지구의 기후체계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데 이상기후, 홍수, 가뭄, 전염병이 찾아오면서 그야말로 지상지옥이 되어 버리는 끔찍한 광경을 예견하고 있다.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끔찍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듯했다.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환경보호단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전 지구가 광란의 환경파괴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동남아시아, 동유럽, 남미 등 신흥 경제개발 지역 도시들의 무분별한 건물 건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마존과 인도네시아의 열대림, 알래스카의 유전 등 열악한 환경단체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는 대대적이고도 악마적인 환경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개발’을 빙자한 파괴는 지구 곳곳으로 암세포처럼 급속도로 퍼져 가고 있는 것이다.
학자들은 맹목적인 ‘개발’을 위한 환경파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들의 ‘개발 먼저’ 행정은 어디까지나 소수 재벌회사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가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에 반기를 들고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온실개스 배출을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도입한 것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지난달 주의회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과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개스 배출을 25%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 ‘AB32’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법안은 부시 행정부의 환경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어서 향후 정치적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일자리가 감소할 것을 우려해 2001년 온실개스 배출 규제를 위한 교토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소극적인 환경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환경보호는 정부만의 역할이 아니다. 우리 누구도 할 수 있다. 분리수거, 연료절약형 자동차 구입, 카풀차선 이용, 재활지 이용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수없이 많다. 모든 지구인들이 나서서 막지 않으면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이래 최대의 환경 재앙은 진실로 나타날 것이다.
<백두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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